한지수인턴기자
16년 동안 수컷과 접촉하지 않았던 암컷 악어가 스스로 임신했다고 전해져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지난 7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2살 때부터 다른 악어들과 분리돼 지냈던 암컷 악어가 18살이 된 해에 알을 낳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왕립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따르면 악어는 2018년 1월 중미 코스타리카 렙틸라니아 동물원에서 알을 낳았고, 새끼는 완전한 형태로 발달했지만 부화하지는 못했다.
이에 동물원은 이른바 '처녀 생식'이라고 불리는 단성 생식을 11년간 연구한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 워런 부스 박사에게 이 현상에 대한 분석을 요청했다.
단성 생식은 암컷이 수정하지 않고 스스로 배아를 형성시키는 방식을 뜻하며 주로 생식 환경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스 박사가 태아의 심장과 어미 악어의 피부조직을 유전적으로 분석한 결과 99.9% 일치했으며 어미를 임신시킨 수컷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성 생식은 상어, 새, 물고기, 뱀, 도마뱀 등의 종에서 발견된 적 있지만, 악어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스 박사는 "놀랄 만큼 흔하고 널리 퍼진 현상"이라며 "악어류에서 비교적 늦게 단성 생식이 나타난 이유도 사람들이 사례를 찾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애완 뱀을 기르면서부터 단성 생식에 대한 보고가 크게 늘었다"라며 "하지만 파충류를 사육하는 사람들이 악어를 기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부스 박사는 단성생식이 가능한 종이 개체 수 감소와 멸종위기에 처하며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단성생식이 매우 다양한 종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악어류의 조상 격인 공룡이 단성생식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