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관리 공영주차장 '차고지화' 우려… '운영 표준안 필요해'

민간위탁 공영주차장, '월 정기 주차제도 약관' 안 따라
전문가 "실정 맞는 '월 정기권 운영 표준안' 등 만들어야"

지난 3일 오후 8시30분께 서울 용산구의 한 민간위탁 공영주차장 A. 주차하려는 인근 거주자들과 번화가 방문객들로 주차장은 붐볐다. 이용객들은 주차장이 만차가 되자 인근 차도를 침범하며 불법주차를 강행하기도 했다. 용산구의 불법주차단속 차량이 나타나자 하나둘 차를 옮기는 촌극도 벌어졌다. 출차 직후의 주차면에 간신히 주차한 신모씨(27·남)는 장기주차 중인 차량에 대한 분통을 터뜨렸다. 총 주차면 16면 중 2면에 대해 IPTV업체가 정기권을 구입해 사용 중이기 때문이다. 인근에 거주한다는 신씨는 "매일같이 법인 차량이 2대씩 있다. 정기권을 사용하는 차량이라 하더라"며 "주차 장소가 부족한 동네인데 아무리 정기권이라 해도 차고지처럼 사용하는 것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8시30분께 서울 용산구의 한 민간위탁 공영주차장 모습. 만차가 된 주차장 앞으로 불법주차 차량들이 늘어서있다. 맨 왼쪽은 용산구 불법주차 단속차량./사진= 최태원 기자 skking@

민간위탁 공영주차장의 월 정기권 판매에 대한 관리 부족으로 시민들이 주차 어려움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지역 공영주차장의 경우 이를 조정하기 위한 약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민간위탁은 이를 따르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월 정기권 운영 표준안'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7일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서울의 직영 공영주차장은 48개소 1만2290면, 민간위탁 공영주차장은 82개소 4552면이다. 민간위탁 공영주차장이 주차면은 적지만, 수는 직영의 170%를 넘는다.

공영주차장이란 공공단체가 공공(公共)의 복리를 위해 관리·경영하는 주차장이다. 서울시 관내 공영주차장의 경우 서울시설공단이 직영과 민간위탁, 두가지 형식으로 운영한다. 일반적으로 사설 주차장 대비 저렴한 요금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공단은 직영 공영주차장의 경우 시민 불편을 막기 위해 '서울시설공단 공영주차장 월 정기 주차제도 약관'을 운영한다. 여유 구획에 따라 주차면 대비 정기권 판매 가능 비율을 조정한다. 차고지화를 막기 위해 장기주차를 제한하기도 한다. 28일 이상 주차 시 1개월, 70일 이상 주차 시 1년간 주차장 이용을 제한한다.

반면 민간위탁 공영주차장의 경우 약관이 아닌 자체적인 운영방침을 따른다. 공단은 현행 위탁계약 상 정기권 운영 방식과 관련해 별도 조항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위탁업체가 영세한 경우가 많아 온라인 접수 시스템 구축 역량이 부족, 현장에서 판매 및 안내가 이뤄지고 있다고도 전했다.

실제 A 주차장을 위탁 관리하는 B씨는 12%를 넘는 주차면을 월 정기로 이용하는 IPTV업체와의 계약을 공단 측에 알리지 않았다. B씨는 "원래 안 받으려다 주차할 곳이 없다는 (IPTV)업체 사정을 듣고 계약했다"며 "불법도 아니고, 공단 측에 알리지 않아도 돼 따로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5일 오후 7시께 서울 용산구의 한 민간위탁 공영주차장 모습. 월 정기로 주차장을 이용하는 한 IPTV업체 법인 차량이 주차돼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skking@

시민들은 법인 차량들이 공영주차장을 차고지처럼 이용하는 것이 원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A 주차장을 찾은 직장인 정모씨(33·남)는 "단골 식당을 찾아 자주 이용하는 주차장인데 올 때마다 IPTV업체의 차량이 같은 자리에 세워져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자리가 없어 다른 주차장을 찾아야 할 땐 법인 차량이 장기로 사용하는 게 목적에 부합하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씨도 "근처에 1년 넘게 살고 있는데 IPTV업체 차량이 자리에 없는 것을 본 게 손에 꼽는다. 공영으로 운영되는 주차장인데 너무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이 때문에 위탁 운영 실정에 맞는 운영 표준안 등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직영과 똑같이 할 순 없더라도 위탁 운영 실정에 맞는 '월 정기권 운영 표준안' 등을 만들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근 민간주차장 상황 등을 알 수 있는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 만차시 안내하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덧붙였다.

사회부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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