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VESTORS]②사장보다 연봉 많이 받는 전설의 프라이빗뱅커

서재영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
발로 뛰며 현장에서 확인…“모르는 회사나 상품 팔지 않아”
PB로만 18년 경력…10억~1000억대 현금성 자산 고객 관리

편집자주한국 자본시장은 탐욕과 이기심으로 어느 때보다 혼탁하다. 작전이나 반칙이 판을 친다. 그러나 외환위기부터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도 자신만의 투자 세계를 개척해 개인 투자자들의 모범으로 떠오른 투자가도 많다. 이들과의 만남에서 자본시장의 전쟁같은 스토리와 그들의 철학, 실패와 성공담으로 돈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가치투자와 행동주의, 글로벌 '큰 손'으로 거듭난 국내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부터 사모펀드와 자산운용사를 이끄는 리더, 금융사 최고경영자 등 다양한 분야 고수들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우리 회사 사장보다 높은 연봉, 모든 직장인이 꿈꾸는 일이다. 그 꿈을 이룬 사람이 있다. 올해 60세인 서재영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최고경영자(CEO)보다 연봉이 높은 프라이빗뱅커(PB)로 유명하다. 2002년 상무가 됐지만 현장을 떠나고 싶지 않아 20년 넘게 ‘만년 상무’로 뛰고 있다. 그가 관리하는 고객 자산 규모는 조(兆)단위다. 특히 투자업계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며 정보를 수집하는 주요 사모펀드 대표들도 서 상무의 강연을 찾아 듣는다. 나이를 잊고 누구보다 열심히 발로 뛰는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서 상무는 투자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젊고 찬란하다.

투문현답(投問現答)…투자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저는 확인하는 걸 좋아합니다. 직접 방문해야만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고기를 잡으러 가는데 강에 한 번도 안 가보고 고기를 잡는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서 상무는 상장사, 비상장사를 가리지 않고 하루에 서너 곳의 회사를 방문한다. 그는 모르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는 상품은 팔지 않는다.

"제가 모르는 상품을 고객들에게 판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문제가 된 라임, 옵티머스 이런 것을 제가 많이 팔았을 거라고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건 완벽하게 제로(0) 거든요. 이해가 안 되거나, 확인이 안 되는 건 팔지 않아요. 현장 방문을 하거나 사실을 확인한 상품이 아니면 안 하죠. 컨트롤이 안 되잖아요. 독일, 호주 등 선진국의 유명한 은행 상품이라고 해도 제 눈으로 확인이 안 되면 저는 안 합니다."

NH투자증권 서재영 상무를 서울 파이낸스센터 프리미어 블루 강북센터에서 만났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반대로 그는 최근 브라질 채권이나 업황이 부진했던 국내 반도체 기업 채권은 고객들에게 과감한 투자를 권했다.

"브라질은 지금 국가 무역수지 흑자가 엄청나요. 사상 최대에요. 에너지 산업도 잘되고 무역수지 흑자가 제일 많이 나는 나라 중에 하나고 지금 실제 금리는 13%인데 물가상승률은 6%대 후반이 나오거든요. 하이닉스 채권 같은 것도 많이 했어요. 그 회사는 제가 많이 가보니까 현금 흐름도 보고, 어떤 문제가 생겨도 바로 하이닉스에 물어보고 콘택트를 할 수 있잖아요. 고객들에게 바로 설명하고 대응이 가능하죠. 만나보지 않은 회사는 투자 안 합니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들의 몫이고. 제 돈은 아닙니다."

조단위 자금 관리…3~5년은 만나 신뢰 쌓아

그는 어떻게 조단위 자금을 관리하게 됐을까. 고객들은 왜 그에게 거금을 맡길까.

"사람과 관계를 구축하려면 최소 4~5년이 걸립니다. 엄청나게 긴 시간이죠. 저는 콜드 콜(임의적 고객 방문이나 전화)을 많이 합니다. 이렇게 만나서 제 고객이 되려면 한 3~5년 정도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잘 모르니까 거래 자체는 아예 없는 것이고 굉장히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신뢰를 쌓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일을 즐기고, 제가 하는 일에서 만큼은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들에게 '저 사람은 믿을 수 있다, 존경할 만한 면도 있다' 이런 것들을 보여줘야 합니다. 고객들과 있는 걸 진심으로 좋아해야 합니다. 말로 안 해도 그게 얼굴에 다 나타나거든요."

한 번은 서 상무가 일주일 휴가를 낸 적이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스키장을 친구들과 함께 가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부산의 중요한 고객이 서울로 갑작스레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저는 스키는 잊어버립니다. 그분이 좋아하는 담배를 준비하고 고객을 기다립니다. 스키는 다음에 타면 되니까. 스키도 좋지만, 고객을 만나는 것도 좋아요. 저는 이 일이 정말 좋아요."

그는 프라이빗뱅커(PB)의 전설을 쌓아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34년 경력 중 PB로서 18년을 근무했다. 보수지급금액 5억원 이상 중 상위 5명의 개인별 보수현황이 공개된 사업보고서 이후 서 상무는 NH투자증권 '톱 5'에서 거의 빠진 적이 없다. 40대 초반부터 PB로 활약해 근로소득만 100억원 이상을 거둬들였다. 서 상무가 관리하는 자금은 조 단위로, 비유동 자금을 제외하고 액티브하게 운용하는 자금만도 5000억원가량 된다. 1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 이상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들을 고객으로 한다.

NH투자증권 서재영 상무를 서울 파이낸스센터 프리미어 블루 강북센터에서 만났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웹 3.0 시대, 누구보다 앞선 네트워크 구축

그는 웹3.0 시대와 인공지능, 블록체인,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등 새로운 산업에 푹 빠졌다. 웹 3.0은 탈중앙화와 개인의 콘텐츠 소유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차세대 인터넷을 뜻한다. 플랫폼이 독점하던 이익을 블록체인, NFT 등의 기술을 통해 사용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서 상무는 이 분야에 큰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된 책도 3권이나 출판했다. '웹 3.0라이브씬' '한국의 SNS부자들' 'AI퍼스트' 등이다.

"웹 3.0은 아직 확실하게 정의가 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탈중앙화, 개인 소유라는 특징입니다. 유튜브 영상은 내가 만든 거예요. 그런데 구글이 돈을 벌잖아요. '내가 만든 건데 내가 돈을 벌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게 전형적인 MZ세대의 사고방식이죠. 새로운 세대가 생각하는 그 방향으로 세상은 변할 겁니다. 우리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갔지만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로 태어난 세대들,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는 세대들이 이제 세상을 주도하겠죠. 디지털에서 자산이 보존되고 보호되려면 NFT라는 기술이 확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런 곳에 투자 기회가 있죠. 클립 영상 하나에 1억원에 팔리고 그러거든요. 그쪽으로 관심을 더 가져보세요."

그는 웹 3.0시대를 이끌 국내 주요 기업의 창업자들과 일찌감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더샌드박스, 레드브릭, 컴투스, 수퍼트리, 코인플러그, NFT뱅크, 블록워터, 업라이즈, 체인파트너스, 블로코어, 갤러리스탠 등 다양하다.

"제가 자꾸 책을 쓰는 이유는 이런 기업의 대표들을 만나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게 너무너무 재밌었고, 창업가들을 만나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책을 쓸 때도 즐겁고요."

서 상무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리서치 투자정보시스템 개발로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리서치로 전향한 후 펀드매니저를 거쳐 2005년부터는 영업맨, PB로 변신했다. 메릴린치 WM 사업 부문이 2011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에 인수되면서 자연스럽게 'NH맨'이 됐다. 그는 이과 출신이라는 장점을 살려 최근에는 IT스타트업 대표들과의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서 상무 주변에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많다. 이 또한 그의 '발품과 노력' 덕이다.

"2030들과 저녁 모임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계속 물어보고 배우고 확장하는 거죠. 제가 나이가 60인데 20대 젊은 대표들과 어울리려면 말을 좀 줄여야 합니다. 제가 영업을 하다 보니 느낀 점은 많이 들어주면 제일 좋아해요. 자주 만나다 보면 그들은 그 분야 전문가니까 기술과 현실을 접목해서 잘 설명해줍니다. 왜 미래에 이 분야가 중요한지 이런 것들이요. 아주 중요한 정보도 많이 듣죠."

왜 다시 반도체인가‥삼성·하이닉스의 초미세 공정과 한국 중소기업

그는 최근 국내 반도체 중소기업 투자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쪽은 사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있잖아요. 이런 기업들이 반도체 초미세 공정으로 가면서 국내 협력사들도 같이 발전하고 있어요. 글로벌 주요 반도체 장비회사들은 기업가치가 기본 70조원이에요. 반도체 장비 하나만 만드는 회산데 70조 가치가 되는 거죠.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회사 중에서는 기업가치 3조원이 넘는 기업이 하나도 없어요. 앞으로 5조, 10조 되는 회사들이 늘어날 거라고 보는 겁니다. 이런 회사들이 장비를 개발하면 삼성과 하이닉스가 테스트를 다 해줍니다. 다른 나라 회사들은 장비를 개발해도 테스트하기가 힘든데, 우리나라는 테스트 할 곳이 있으니 밀어주는 데가 있는 거예요. 반도체 초미세 공정을 커버할 수 있는 관련 장비회사들을 잘 보세요. 그쪽에 기회가 있다고 보고 그런 회사에 요즘 많이 가보고 직접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반도체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챗GPT, 인공지능,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이 발전하면서 반도체 산업이 확장세인 데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장비에서 가장 핵심적인 회사들이 다 미국 회사입니다. 중국에 수출을 못 하게 되면 중국은 한국에서 가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반도체 기술은 있지만 지금 생산은 못 합니다. 국내 반도체 장비 쪽에 기회가 있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죠."

차세대 투자 기회에 관해 설명하는 60대 투자자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에게 돈이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수단"이다. 고객은 "친구이자 가족만큼 소중한 큰 인연"이다. 업(業)을 즐기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의 모습에서 '돈과 투자'의 의미를 조금 더 배웠다.

증권자본시장부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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