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기자
"피고인은 한의사의 진료를 통해 입원 치료를 받은 것일 뿐, '과잉 진료'가 아니었습니다. 체중이 100㎏이 넘는 데다 이미 다른 교통사고로 치료를 받고 있어서 다른 승객보다 다칠 가능성도 높았습니다."(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지난해 3월29일 서울 강남구에서 승객을 태운 버스가 옆 차선 모닝 승용차의 사이드미러와 부딪히는 접촉사고가 났다.
버스엔 보험설계사 A씨(42·남)가 타고 있었다. 그는 보험사에 "버스 급정거로 발이 접질리고 가슴을 부딪쳤다. 허리와 발이 아프다" "당시 핸드폰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쾅' 했고, 머리도 창문에 부딪혔다. 목이 아팠다"고 호소했다. 사고 이튿날부턴 2주가량 자신의 집과 약 1.2㎞ 떨어진 용산구의 한 한의원에 입원했다.
A씨는 이 사고와 관련해 14회에 걸쳐 총 42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검찰은 "가벼운 접촉사고에 대한 과잉 진료 및 입원 치료로 보험사 등을 속여 이익을 편취했다"며 A씨를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정에서 A씨 측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한의사에게 증상을 과장, 허위로 진술해 허위 진료를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의 체중과 이전 치료 기록 등을 고려하면,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1심 결과는 '유죄'였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박혜정 판사는 "보험사 등을 속여 이익을 편취한 사실과 사기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최근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CCTV 영상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를 보면 사고 당시 차량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피고인의 머리나 몸이 버스 실내 구조물에 부딪힐 정도로 흔들리는 모습이 없다. 피고인의 진술이 이와 일치하지 않고, 일관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사고가 나기 전 버스의 평균속도는 시속 3㎞였다.
박 판사는 "피고인의 당시 건강 상태는 입원 치료가 꼭 필요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가 보험사나 한의원에 피해를 과장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의원에서 받은 각종 침술과 전기 자극술, 부항술 등은 모두 통원 치료가 충분히 가능했고, 입원 기간 강남구·송파구·관악구·경기 여주시·경북 예천군 등으로 외출까지 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박 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은 보험사에 손해를 끼치고 여러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손해를 넘기는 결과를 불러오며, 병원으로선 허위 진료를 통한 요양급여 부정수급이 가능해지는 등 보험 및 의료 제도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므로 그 죄질이 나쁘다"며 "보험사의 피해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