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의 반란…최연소 사외이사 박새롬 교수

카카오 이사회 절반 이상 女
"성별은 다양성 중 하나일 뿐"
"다양성 범주 넓혀야 기업 경쟁력↑"

"요즘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연구개발 중인 인공지능(AI)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양성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야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여성이라는 성별 역시 다양성을 구성하는 한 요소입니다."

tvn '유퀴즈'에 출연했던 박새롬 교수 /방송 캡처

박새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업공학과 교수는 여성 사외이사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성별, 연령, 분야 등 다양성을 구성하는 범주가 다양해질수록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여성이라는 카테고리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게 박 교수의 생각이다. MZ세대(밀레니엄+Z세대)답게 그의 답에는 당당함이 묻어났다.

박새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업공학과 교수 [사진출처=박새롬 교수]

박 교수는 카카오 최연소 사외이사다. 동시에 현 이사진 중 재임 기간이 가장 긴 사외이사다. 1990년생으로 나이 서른이었던 2020년 카카오 사외이사를 맡았다. '국내 대기업 최연소 사외이사'였다. 그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두 번의 연임으로 사외이사 4년 차를 맞았다. 최연소 사외이사인 동시에 장수 이사란 소리를 듣고 있다. 카카오 이사회 의장인 윤석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와 사외이사인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함께 장수 이사진의 한축을 맡고 있다. 박 교수의 지난 3년을 들어봤다.

MZ+여성+이공계 전문가…남과 달라 경쟁력

박 교수가 사외이사직을 제안받은 것은 2019년이다. 성신여대 최연소 교수로 부임했던 해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자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받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사외이사란 단어가 무슨 뜻인지 잘 몰랐던 시절이었다. 일단 전화를 끊고 고민했다. 그런 그를 움직인 건 박사과정 지도교수의 말이었다. 자기 자신뿐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라는 것.

박 교수는 "그간 나 자신만 생각하고 연구했기 때문에 와닿는 말이었다"며 "국민 서비스를 하는 대표 IT 기업에서 경험을 쌓으면 다른 사람을 위한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외이사가 된 이유로 남과 다른 차별성을 꼽았다. 이공계 전문가이자 90년생인 박 교수가 합류하면서 카카오 이사진은 분야별, 세대별 다양성을 갖췄다. 재무, 경영, 법조, 미디어 분야 외에 기술 전문가를 확보한 것이다.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카카오에게 박 교수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창이기도 하다.

"사외이사는 답 아닌 질문 던지는 역할"

박 교수는 올해로 사외이사 4년 차를 맞았다. 이사회 내 ESG위원회와 보상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점검하고 임직원의 보수 책정을 감독하는 핵심 역할이다.

중책을 맡았지만 부담스럽기보다 즐겁다고 말한다. 학교가 아닌 기업에서 다른 전문가들의 시각을 접하는 것 자체가 새롭기 때문이다. 맨투맨티를 입고 격이 없이 토론하는 분위기도 부담을 덜어준다. 한 달에 한 두 번 이상 참여해야 하는 이사회에서 지난 3년간 출석률 100%를 기록했다. 박 교수는 "처음에는 질문하는 것부터 망설였지만 지금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다.

사외이사직을 즐기는 이유는 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의 역할은 기업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라는 게 박 교수의 생각이다.

ESG위원회가 생기기 전 일이다. 극장, 카페 등에 하나둘 키오스크가 깔리기 시작할 때라 이를 낯설어하는 주변 어르신들의 경험을 이사회에 공유했다. 2021년 생긴 ESG위원회가 디지털 약자들이 최신 기술을 쉽게 이용하도록 만드는 데 힘 쓰게 된 계기가 바로 키오스크 앞에서 고생하던 주변 어르신들 이야기였다. 이후 카카오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고 있다. 카카오톡 채널로 단골을 확보하고 모바일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AI 위해…다양성 범주 늘려야

관심 있는 분야는 '모두를 위한 AI'다. 모두를 위한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선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야 한다. 박 교수는 "AI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동질적인 그룹이라면 그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만 집중할 것"이라며 "학문 역시 경계가 사라지고 있어 카카오의 다양한 시각이 연구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다양성을 위해 여성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본다. 카카오처럼 남녀 다양성을 갖춘 곳에선 다른 측면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카카오 이사진 7명 중 4명은 여성이다. 올해 신선경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합류하면서 남성이 소수가 됐다. 이런 조직에서 성별 다양성을 얘기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시각이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여성 사외이사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정도로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나 역시 다양성 중 하나를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산업IT부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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