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폴트 위기에…기업들 회사채 발행 러시

5월 발행액 148조…작년의 두 배
조달금리 상승 우려에 선제적 자금 조달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놓이며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커지자 미국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어났다. 향후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경우 채권 금리가 급등해 조달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로 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 시장으로 몰려가는 것이다.

21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미국 '투자' 등급 기업들은 5월 현재 1120억 달러(약 148조 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발행액의 3배 규모인 데다, 1년 전 발행액인 460억 달러(약 61조 원)에서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초저금리로 회사채 발행액이 1960억 달러(약 285조 원)에 이르렀던 2020년을 제외하면 최근 7년래 최대 수준의 발행액이다.

미국 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 발행에 나선 건 백악관과 공화당의 부채한도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미국 연방정부의 현금이 바닥나는 '엑스 데이'인 6월1일이 다가올수록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향후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선제적인 자금 조달로 이어졌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씨티은행의 리차드 조게브 헤드는 "회사채 발행에 어느 정도 가속이 있었다"며 "부채한도 도달이란 말도 안되는 상황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좋은 시장 환경을 이용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 가야만 한다"며 "(디폴트 등) 이 모든 문제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미 부채한도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22일 협상을 재개한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6월1일 디폴트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부채한도 상향을 거듭 촉구했다.

댄 미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증권의 투자 등급 신디케이트 헤드는 "기업들은 외부에 있는 많은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며 "부채한도, 연방준비제도(Fed), 경제에 대한 우려 등이 모두 (회사채 발행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국제1팀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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