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안되는 中위안화 급락…그래도 '원화환율 안정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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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진한 경제 회복세와 위안화 급락이 '상저하고'를 기대하는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여겨지기 때문에 위안화가 하락하면 원화도 떨어져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 경제 회복이 늦어지는 사이 한국은 1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다시 연고점(1342.9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안화 하락세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당국이 경제회복을 위해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데다, 최근엔 필요시 시장 개입을 통해 위안화의 급격한 하락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까지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직은 지지부진한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마무리되고 위안화 하락도 멈추면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4기 1차 회의 제5차 전체회의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7원 하락한 1326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주 기록한 연고점 1343원에 비하면 다소 낮지만, 지난 2월 1300원선 아래로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타결이 늦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고, 중국 위안화는 하락폭이 계속 커지는 것이 원·달러 환율 상한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위안화 약세는 환율 급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현재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장중 7위안을 넘나들고 있는데, 중국에선 이를 '포치(破七)'라고 부르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만큼 중국 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중국의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각각 18.4%, 5.6%로 모두 시장 전망치(20.1%·10.9%)를 밑돌았다.

이달 들어 중국 당국이 은행권 예대 금리차 완화와 가계 소비 활성화를 위해 예금 금리를 최소 30~50bp(1bp=0,01%포인트) 낮추고, 이에 따라 미·중 실질 금리차가 확대된 것도 위안화 약세를 부추겼다. 또 미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세계적으로 증가했고, 중국이 지난 3월 기준 8개월 만에 미국 국채보유량을 확대한 것 역시 달러 대비 위안화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과 우리 금융시장에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결과와 달러 흐름이다. 하지만 위안화의 추가 약세 여부도 중요한 요소다. 지난 주말 나온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발언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수는 환율 하락 요인, 나머지 중국 경기침체 지속과 위안화 약세, 미국 디폴트 가능성은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위안화와 중국 경제가 지속해서 약세를 보이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은행은 중국 금융당국이 지난 15일부터 대형은행의 7일물·1일물 '통지예금 금리'를 인하한 것을 언급하며, 이런 정책이 중국 내수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현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약세가 멈추고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 우리 수출과 환율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통지예금 금리는 예금 만기 전이라도 일정 기간 이전에만 예금 인출 계획을 은행에 통지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보장해주는 수신 상품이다. 통지예금 금리를 낮추면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고 과잉 저축을 소비로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은은 "금융시장에서는 통지예금 금리가 인하돼 금융기관의 영업 여건이 개선되고, 중국의 저축수요가 소비로 전환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최근 중국 외환당국의 환율 개입 의지도 일부 확인됐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외환시장지도위원회는 지난 18일 회의에서 "인민은행과 외환국은 외환시장 관리·감독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환율이 일방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시정하며, 투기와 환율 급변동을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달러 강세로 위안화가 '포치'까지 몰린 것에 대한 대응 의지로 해석된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추세적인 위안화 약세 전환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한다"며 "하반기와 중기적인 흐름에서 중국 가계 소비와

재고 사이클이 완만하게 반등할 것으로 보이는 점과 중국 경기가 3분기 반등할 가능성, 달러 지수의 하향 안정과 글로벌 위안화 결제 수요 증가 등을 근거로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경제금융부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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