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인턴기자
전두환 씨의 연희동 집에 묻혀있던 현금을 재포장한 일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17일 KBS 1TV '더라이브'에서 전 씨의 비자금 추적 작업을 해온 KBS 시사직격의 박병길 PD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오랜 시간 전 씨의 차남 전재용 씨의 둘째 부인이자 전우원 씨의 어머니인 최모 씨의 증언을 듣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박 PD는 "최 씨가 '시아버지 연희동 자택에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를 만 원짜리 구권 지폐가 다발로 잔뜩 쌓여있었다. 구권을 그냥 쓸 수 없기에 며느리들이 모여 신권 만 원짜리와 섞어 재포장하는 작업을 했다'라는 말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너무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던 지폐라 벌레도 나왔다"며 "최 씨가 '난 벌레도 무서워하는데 억지로 그 작업을 해야 했다'는 경험담을 생생하게 말해줬다"라고 덧붙여 전두환 씨의 비자금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만 원짜리 지폐는 1983년 처음 등장해 1994년 위조 방지 홀로그램이 추가됐고, 2007년 1월 새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최 씨가 '돈다발 엮기'를 한 시기는 1994년 무렵으로 추측하고 있는데, 전재용 씨가 1990년대 말부터 탤런트 박상아 씨와 사실혼 관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새 디자인인 만 원권이 나온 2007년엔 박상아 씨가 딸을 낳아 둘째 며느리 대접을 받고 있었고 최 씨 역시 그 무렵 전재용 씨와 이혼했다. 이에 최 씨가 연희동 자택에서 해당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건 1994년 무렵뿐이다.
한편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는 앞서 '할머니(이순자 씨)가 쓰는 옷장 벽을 밀면 금고가 있고 창고 쪽 복도 끝에 가서 벽을 밀면 또 금고가 나왔다', '할아버지의 서재에 항상 현금이 가득했다' 등 연희동 자택에 전두환 씨의 비자금이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전우원 씨는 "돈세탁이 되니까 추적할 수가 없다. 그런 식으로 돈세탁을 도와주신 분들은 얻는 게 너무나 많았기에 충성을 다했고 지금도 입을 닫고 계신다"며 "대가로 회사나 아파트 등을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