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가까워졌다” 美Fed, 베이비스텝…10번째 금리인상(종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확산한 은행권 위기와 신용경색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통화정책결정문 내 ‘추가적인 정책 강화(policy firming)가 적절하다’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1년여간 이어진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 시점에 다다랐음도 시사했다. 다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시장에서 기대해온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美Fed, 기준금리 예상대로 0.25%P 인상

Fed는 3일(현지시간) 열린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정책결정문을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4.75~5%에서 5~5.2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3월 금리 인상 사이클에 돌입한 이후 10번째 인상이자, 2007년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파월 의장은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작년 중반 이후 다소 완화됐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전체적으로 물가가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 간 금리 차는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날 베이비스텝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시장의 관심도 일찌감치 인상폭이 아닌, 이번 회의가 마지막 인상인지 여부에 집중됐다. FOMC는 이날 정책결정문에서 "충분한 제약적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일부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하다"는 문구를 삭제하며 비둘기 색채를 드러냈다. 이르면 당장 다음 회의에서부터 금리가 동결될 수 있음을 예고한 셈이다.

파월 의장은 이러한 정책결정문을 6월 금리 동결 메시지로 해석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금리 인상) 중단 결정은 오늘 내려지지 않았다"면서도 해당 문구를 삭제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 가능성, 현재 진행 중인 대차대조표 축소 등을 고려할 때 이미 정책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동결 여부가 논의된 것은 아니지만, 종료 시점이 가까워졌을 수 있다는 것이 파월 의장의 진단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시장의 과도한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기대감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쏟아지는 동결 관련 질문엔 경제지표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 했고, 오히려 "필요하다면 더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설 준비도 돼 있다"는 발언으로 장중 긴축 경계감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는 한층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빨리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간이 더 걸릴 것이고 이러한 예측이 맞다면 피벗은 적절하지 않다.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6월 동결을 시작으로 연내 상당폭 인하를 기대해온 시장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이날 뉴욕증시 3대지수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매파적 중단" 월가선 여전히 6월 동결 전망

월가에서는 이른바 '매파적인 중단'이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이르면 6월 금리 동결을 예고하면서도 언제든 긴축 끈을 조일 수 있음을 강하게 경고했다는 설명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현재 Fed가 6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5% 가량 반영 중이다. Fed가 또 한번 베이비스텝에 나설 가능성은 15% 상당에 그쳤다. 이는 FOMC 결과 발표 전인 전날과 비슷한 수준이다.

웰스파고의 제이 브라이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가 긴축 사이클에서 '매파적인 중단(hawkish pause)'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매우 경계한다고 반복했음을 볼 때 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도 있지만, 그 기준은 과거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향후 지표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마이클 게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Fed가 최종금리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체적으로 '매파적인 중단(hawkish hold)'이라고 평가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이 사이클에서 마지막 인상이 될 것 같다"며 Fed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노동·물가 지표로 퍼펙트 스톰 상황에 처하지 않는 한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미국수석이코노미스트 또한 6월 동결을 지지하며 "대출요건 강화, 은행권 스트레스가 Fed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파월 의장도 기자회견 내내 SVB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 가능성에 수차례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은행권 위기가 이제 막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향후 대출 규제 등으로 신용여건이 긴축되면서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고물가와 맞물려 어려움이 한층 가중될 수 있는 만큼, Fed의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신용여건을 주시하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연착륙 기대감도 재확인했다. 그는 "현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 5%포인트나 금리를 올렸음에도 실업률은 3.5%에 그치고 일자리가 많다"면서 "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침체 가능성보다 더 높다고 본다. 침체가 온다고 해도 완만한(mild)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1팀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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