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은 지금]법무법인 바른, 사상 최대 1조300억원대 퀄컴 과징금 소송 최종 승소

바른, 1심부터 6년여간 ‘공정위 대리’… 시장 지배 남용 부각
서혜숙 변호사 "패소 땐 퀄컴 사업 정당, 위기·책임감으로 사건 수행"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경환 변호사, 서혜숙 변호사, 정양훈 변호사, 이기쁨 변호사, 김용현 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대법원의 선고를 확인하는 순간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이번 사건은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를 보유한 퀄컴이 준수해야 할 프랜드(FRAND) 확약을 위반해 자신이 참여한 하방 시장인 모뎀칩셋 시장 등에서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사안이다. 이번 사건에서 패소할 경우 가장 우려됐던 부분은 다른 표준필수특허 보유자들이 퀄컴의 사업모델을 그대로 따라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대리해 퀄컴과의 6년여에 걸친 소송을 승리로 이끌어낸 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그룹의 서혜숙 변호사(사법연수원 28기)는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공정위와 다국적 반도체·통신업체 퀄컴의 1조300억원대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취소 소송이 공정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사법부가 글로벌 기업이 표준필수특허를 이용해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것을 제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소송은 공정위가 2016년 퀄컴이 통신용 모뎀칩셋을 공급하면서 특허권에 기반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삼성전자 등 휴대전화 제조사들에게 부당한 거래를 강요했다고 판단해 사상 최대인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퀄컴은 2017년 대형 로펌 3곳의 변호사들로 변호인단을 꾸려 반격에 나섰다. 공정위는 법무법인 바른과 최승재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인텔과 LG전자, 미디어텍, 화웨이 디바이스가 공정위 보조참가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바른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1심과 대법원 상고심까지 6년에 걸친 소송을 이끈 서혜숙 변호사를 필두로 안윤우(32기), 정경환(33기), 정양훈(38기), 최예은(변호사시험 6회), 이기쁨(변시 7회), 김용현(변시 10회) 변호사를 이번 사건에 투입했다. 바른에서 공정거래 1팀장을 맡고 있는 정경환 변호사는 서 변호사와 함께 라면 담합사건, 생명보험사 담합사건 등 굵직한 소송을 승소로 이끈 바 있다.

재판에서는 특허 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공정하고(fair), 합리적이며(reasonable), 비차별적인(Non-Discriminatory)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는 FRAND 확약을 통해 표준필수특허를 획득한 퀄컴이 이를 위반해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서 변호사는 사건을 맡으면서부터 패소했을 때 상황을 떠올렸다고 한다. 서 변호사는 "자신이 보유한 표준필수특허를 필요로 하는 시장에 참여해서 경쟁사업자들이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된다면 표준화제도 자체가 붕괴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임은 물론, 표준필수특허 보유자의 경쟁 왜곡과 남용행위를 제어할 그 어떤 수단과 장치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과 책임감으로 이 사건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서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표준필수특허 보유자들이 퀄컴과 동일한 사업모델을 모방할 경우 얼마나 심각한 반경쟁적 폐해가 발생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결국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기 전 조사 단계부터 확보한 자료들과 인텔 등 보조참가인들의 도움을 받아 다수의 퀄컴의 남용행위 증거들이 채택됐고, 법원은 퀄컴이 경쟁사업자에 대한 표준필수특허 사용권을 거절한 행위와 사용권 체결을 모뎀칩셋 공급과 부당하게 연계시킨 것을 불공정 행위로 인정했다.

서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승소하기까지 공정위와 보조참가인 등의 도움이 컸다고 공을 돌렸다. 그는 "사실 입증 부분은 변호인단의 노력이라기보다는 공정위의 노력과 보조참가인의 노력이 모두 합쳐진 것"이라며 "애초 공정위의 조사와 심의 및 재판 과정에서 공정위에서도 가장 우수한 인력을 집중 배치해 줬고, 수년간 이 사건을 함께 수행한 최승재 변호사님과 좋은 팀웍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사회부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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