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어 中 토종기업 마저…'차이나 엑소더스'

미중 갈등 고조에
中 현지기업도 생산기지 이전 가속화

중국 현지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중국 탈출)'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중국 토종 기업들까지 해외 거래처로부터 생산기지 이전 등 탈(脫) 중국 압박을 받는 모습이다.

1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주요 온수기 업체인 광동 반워드 뉴 일렉트릭은 최근 중국 남부에 위치한 공장을 이집트와 태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자, 고객사들이 중국 밖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 유콩 광동 반워드 뉴 일렉트릭 회장은 "미국 기업들은 협력을 지속하려면 중국 이외의 지역에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며 "생산기지 이전의 주된 목적은 미중 무역 마찰 위험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장을 이전할 태국의 경우 인건비는 낮지만, 공급망은 중국만큼 포괄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고객사의 요구에 떠밀려 '울며 겨자 먹기'로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이전한다고 토로한 것이다.

중국 섬유업체인 루타이 텍스타일, 타이어 업체인 장쑤 제너럴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역시 최근 동남아에 새로운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기존엔 미국 애플, 스페인 망고 등 글로벌 기업이 주축이 돼 중국 공장을 해외로 옮겼다. 그런데 최근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본토 기업까지 탈 중국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에 따른 해외 탈출이 보다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최근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가 내놓은 '2023년 기업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24%가 중국 생산기지 해외 이전에 착수했거나 이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1년 전 조사 당시 보다 응답 비율이 10%포인트 상승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중국의 공산당 리스크, 경제 발전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탈중국 페달을 밟아 왔다. 지금은 리스크가 하나 더 추가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對) 중국 견제 수위를 올리면서 기업들에겐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 제품)' 자체가 리스크가 되는 실정이다. 미국은 이미 중국산 제품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 비중은 2017년 22%에서 2022년 17%로 하락했다. 반면 다른 아시아 지역과 멕시코산 수입 비중은 크게 늘었다. 특히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2007년 100억 달러에서 2022년 1200억 달러로 증가했고 필리핀, 대만,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의 대미 수출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미국은 우방국과 손잡고 대중 관세 인상 조치도 논의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미 정부는 주요 7개국(G7) 실무 협의에서 중국이 우호국에 경제 보복 조처를 할 경우 대중 관세를 인상하거나 피해국을 대상으로 금융 제공·관세 인하 등 지원사격 하는 방안을 논의하자며 의제를 던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 중국 배터리 업체의 경우 유럽 고객사 일부가 최근 중러 밀착과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배터리 주문량을 줄이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대중 포위망을 갈수록 좁혀 나가면서 중국산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외신은 "기업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긴장 고조 등 지정학적 갈등을 피하기 위해 글로벌 경영(전략)을 다시 판단하고 있다"며 "서방 고객들 또한 중국 내 공장은 뒷전으로 제쳐 놓고, 본토 밖으로 공급망을 이전할 곳을 공격적으로 찾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제1팀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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