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국내 연구진이 의료기기 인증 수준의 웨어러블 기기용 고정밀 혈압 측정 센서를 새로 개발해 스마트워치 시장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 애플 워치 등 기존 웨어러블 기기들도 혈압 측정 기능이 있다. 하지만 정확도가 높지 않아 의료기기 인증을 받진 못했다. 갤럭시 워치에 이 센서가 채택될 경우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뒤진 애플워치를 따라잡을 계기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은 이건재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가톨릭의대와 공동으로 정밀한 혈압 측정을 위한 웨어러블 유연 압전 센서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웨어러블 워치에 탑재된 유연 압전 혈압 센서. 그림출처=카이스트 제공
혈압은 전반적 건강과 뇌졸중, 심장마비의 잠재적 위험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혈압을 간편하고, 연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웨어러블 의료제품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LED을 활용한 웨어러블 혈압 측정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광센서 정확도의 한계로 인해 의료기기 인증 기준을 만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 교수팀은 수 마이크로미터 두께(머리카락 굵기의 백 분의 일)의 초고감도 무기물 압전 박막을 딱딱한 기판에서 고온 열처리 후 유연 기판에 전사해 혈압 센서를 제작했다. 피부에 밀착해 혈관의 미세한 맥박 파형에서 정확한 혈압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가톨릭 병원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수축기 혈압, 이완기 혈압에서 모두 자동전자혈압계 국제 인증 기준인 오차 ±5 mmHg 이하, 표준편차 8mmHg 이하의 높은 기준을 만족했다. 또 웨어러블 워치에 혈압 센서를 탑재해 연속적인 혈압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됐다.
이건재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센서는 신뢰성과 내구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정확하고 연속적인 혈압을 측정할 수 있어 고혈압 환자들을 위한 헬스케어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 패치 형태의 수면용 혈압 센서를 추가 개발한 후 창업을 통한 기술 사업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온라인 호에 지난달 24일 출판됐고 표지논문으로도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