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강릉 산불 피해 키운 '양간지풍'

양간지풍(襄杆之風)은 2~4월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강하고 건조한 남서풍이다. '양양과 고성 간성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이라는 의미다. '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뜻에서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고도 불린다. 양양 지역에서는 '불을 몰고 온다'는 의미로 화풍(火風)이라고도 한다.

봄철 중국에서 한반도로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이 다가서면 태백산맥 상공에는 역전층이 형성된다. 보통은 고도가 높아지면 기온이 떨어지는데, 역전층이 형성되면 고도가 높아져도 기온이 올라간다. 그러다 북쪽의 저기압과 남쪽의 고기압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강한 남서풍이 발생한다. 이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어가다 위에 있는 역전층에 부딪히면서 압축돼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최대 풍속이 초속 30m를 넘나들게 된다.

지난 11일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강원 강릉시 산림 일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기상기구(WMO) 기준에 따르면, 최대 풍속이 초속 18m 이상 초속 33m 미만은 열대폭풍(Tropical Storm)으로, 초속 33m 이상일 경우 태풍으로 지칭한다. 반면, 한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열대폭풍도 태풍으로 인정하는 만큼 양간지풍 정도면 태풍급이라고 할 수 있다.

산맥을 넘기위해 높은 고도까지 올라간 바람은 고온의 역전층을 만나 수증기를 잃고 바싹 마르게 되고, 풍속마저 빠르니 불씨를 만나면 걷잡을 수 없는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동해안 봄철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원인이자 급속도로 피해를 키우는 주범이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간성, 양양, 강릉, 삼척 등 영동지방에 대형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2000년 850여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고성·속초 산불, 2005년 낙산사 등을 삼킨 양양 산불, 2019년 고성·속초·강릉·동해·인제 일대를 덮친 초대형 산불 등이 모두 양간지풍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 11일 강릉 경포호 인근에서 발생해 1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축구장 면적 530배에 이르는 산림과 주택 100여채를 잿더미로 만든 산불도 마찬가지다. 고온건조한 시기인 3~4월에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지만,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 산불이 더 잦고, 피해 규모가 훨씬 큰 것도 이 때문이다.

편집국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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