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지기자
#직장인 허진영씨(32·부산)는 아파트 잔금을 치르기 위해 최근 분양권을 담보로 3억원가량 대출을 받았다. 변동금리와 기준금리를 놓고 고민하던 그는 결국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택했다. 허씨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를 봤을 때 대출금리도 고점을 찍고 내려갈 것 같아 변동금리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결혼을 앞두고 전세대출을 계획 중인 직장인 김경한씨(29·서울) 역시 “지난해였으면 고정금리로 받았겠지만 이제 금리가 더 오를 것 같지 않아 변동금리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동결로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선택을 놓고 신규 차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은 고정금리가 낮은 상황이지만 앞으로 금리가 떨어질 거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변동금리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날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는 4.24~5.99%(원리금분할상환 기준)로 집계됐다. 금리 하단은 KB국민은행 4.24%, 신한은행 4.52%, NH농협은행 4.55%, 하나은행 4.68%, 우리은행 4.99%로 형성되고 있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고정금리 대비 비교적 높은 4.61~6.79%(원리금분할상환 기준)로 나타났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2%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영향이다.
현시점에서는 고정금리가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변동금리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이 금리를 더 올리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하락을 기대하며 변동금리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고정금리를 선택하느니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변동금리가 낫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 변동·고정금리 비중 추이를 보면 기준금리 하락 시기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지는 양상을 띠었다. 2019년 53%이던 변동금리 비중은 저금리가 본격화한 2020~2021년 70~80%까지 치솟았다.
다만 금리 변동성이 워낙 커 고정금리가 안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변동성이 심하고 예측이 어려워 어떤 게 유리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다면 고정금리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 역시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후 변동금리가 유리해지는 게 확실해지면 대환을 해도 좋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