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상징으로 보는 세상<2>-머리를 싸매는 이유

편집자주왜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살까? 왜 빨간색으로는 이름을 쓰지 않으려 할까? 비둘기는 언제부터 평화를 상징했을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 의문조차 가지지 않았던 일들인데, 왜 그런지 분명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김낭예 박사(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가 펴낸 <상징으로 보는 세상>은 종교와 문학, 예술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징'을 소개하고 그 의미와 유래를 알려준다. 오늘은 그중에서 머리와 관련된 상징, 금기에 대해 서술한 부분을 가져왔다. 글자 수 1246자.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머리에 흰 띠를 두른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집안 어른이 자손들의 행동이 마땅치 않아 머리를 싸매고 드러누워 있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어른들은 골치 아픈 일이 생겼을 때 머리에 흰 띠를 동여매고 드러눕곤 하는데요, 외국인들은 이 모습을 신기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머리에 흰 띠를 두르는 것일까요? 사람이 충격을 받으면 머리에 혈액이 몰리면서 혈관이 팽창하게 되는데요, 이때 머리를 묶어 압박해 주면 급성 두통이 완화된다고 합니다. 의학적으로 아주 근거 없는 행동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머리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몇 명인지 셀 때 '머릿수를 센다'고 하지요. 관용 표현에 사용될 때는 겸손, 사죄를 의미하여 용서를 구하거나 신에게 경배할 때 '머리를 숙이다'로 쓰기도 합니다.

머리는 또 사람 중에서도 특히 우두머리나 왕을 상징합니다. '우두머리'라는 단어 자체에도 머리가 들어 있지요. 패거리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두목(頭目)'에도 '머리 두(頭)'가 들어가고, 위에서 중심이 되어 집단이나 단체를 지배하고 통솔하는 사람을 뜻하는 '수장(首長)'에는 '머리 수(首)'가 들어갑니다.

우두머리와 왕은 보통 사람들 앞에 서지요? 앞이나 으뜸을 나타내는 말에도 '머리'가 들어갑니다. 신문의 첫머리에 싣는 중요한 기사를 '머리기사'라고 하고, 책이나 논문의 맨 앞에는 '머리말'이 들어갑니다. 대열이나 행렬, 활동의 맨 앞은 '선두(先頭)'라고 하고, '용의 꼬리보다 닭의 머리가 낫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머리에는 기초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건축물을 보면 '머릿돌'이 있어서 누가, 언제 세웠는지를 알 수 있지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고, 으뜸이나 기초를 뜻하기도 하는 머리는 금기와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금기란 하면 안 되는 것, 즉 금지된 것과 마음에 꺼려서 피하는 것 모두를 포함하는 말로 '터부(taboo)'라고도 합니다. 나쁜 일이 생길까 봐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예쁘고 기특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태국에서는 다른 사람의 머리를 만지는 것이 절대 금기입니다. 머리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머리를 만지는 것은 신성함을 해치는 행위가 된다는 생각에서지요. 우리나라에는 사람이 누워 있을 때 그 사람 머리 위를 넘어가면 안 된다는 금기가 있습니다. 만약 머리 위를 넘어가면 키가 크지 않는다고 하니 반드시 지켜야 하는 무서운 금기이지요.

-김낭예, <상징으로 보는 세상>, 창비교육, 1만5000원

편집국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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