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대신 與 표 단속 먼저
비상계엄 이틀째 침묵
"대국민 소통이냐, 실리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후폭풍이 거세지자 대응 수위를 두고 장고에 들어간 가운데 일단 실리를 택했다. 대국민담화, 기자회견, 사과문 발표 등 성난 여론을 달래기 위한 온갖 카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기 힘들면서 우선은 당장 코앞에 닥친 '탄핵 방어'에 전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5일 대통령실에서도 연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윤 대통령의 담화, 사과 등 갖가지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후속 대응을 찾는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윤 대통령은 별도의 입장 발표 없이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당장 악화한 여론을 달래기보다는 오는 7일 오후 7시로 예정된 야당 주도의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내부 표 단속부터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태를 제대로 수습해야 한다는 참모진의 위기의식이 크지만 해법을 두고는 이견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은 '야당 잘못 때문'이란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탄핵이나 하야 가능성에는 선을 그은 채 국정 혼란을 야기한 것에만 사과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틀째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수습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당초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전날 밤이나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입장을 낼 것이란 얘기가 나왔지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오늘 별도 담화는 없다"고 확인했다.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론을 달래기보다 오히려 여론이 악화하기도 했던 과거 사례 때문에 쉽사리 대국민담화를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신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비상계엄을 건의하고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계엄 사태 후 첫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당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비상 의원총회에서 '내각 총사퇴, 국방부 장관 해임, 대통령 탈당 요구' 등 3가지를 후속 대응책으로 제시했으나 윤 대통령은 해임보다는 사의 수용 방식을 선택했다. 한 대표는 김 전 장관의 면직이 발표된 뒤 다시 한번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할 것을 요구했다.
탄핵 급한 불부터…"이탈표 막자"
윤 대통령이 별도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은 일단 탄핵안 표결이라는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날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한 대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당정 주요 인사들과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가 야당의 폭주에 따른 국정 마비 사태 대응 차원이며, 경고성 조치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계엄령에 따라 군이 국회에 투입되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본회의 개최를 막지 않은 것을 언급하며 비상계엄 선포·해제 과정에서 법과 절차를 준수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한 상황에서 당 내부 혼란을 추스르고 혹시 모를 친한(친한동훈)계 표 이탈을 단속하는 게 먼저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회동 이후 국민의힘은 탄핵안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고, 한 대표 역시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국회 표결 전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배경과 과정 등을 설명하는 담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현재 대통령실도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대통령실은 전날 외신에는 "이번 계엄은 일종의 정치 활동 규제 조치"라며 "대통령이 헌법 주의자로서 자유민주주의 파괴 세력에 대해 결단을 내린 것"이란 취지로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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