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이달부터 물 사용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기후 변화로 최근 수자원 고갈이 심각한 상황에서 2년 전 경험한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리 수도꼭지를 닫아걸기 시작한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아 등에 따르면 TSMC, UMC 등 대만 반도체 업체가 집중돼 있는 도시 가오슝과 타이난은 이달부터 반도체 공장의 물 사용량을 줄이고 야간에 공공 상수도 수압을 낮추는 식의 절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타이난의 서던 사이언스파크(과학산업단지) 측은 최근 단지 내 업체들에 물 사용량을 10% 줄일 것을 요청했으며 가오슝도 지역 내 산업단지에 있는 업체들에 30일부터 같은 조처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물은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꼭 필요한 핵심 자원이다. 세정 작업이나 미세한 연마 작업 등에 물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TSMC만 해도 서던 사이언스파크에 있는 공장에서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이 9만9000t에 달한다. 이에 반도체 업체들은 공장을 지을 때 공업용수 조달이 유리한지 여부를 꼭 확인하고 지역을 결정한다.
문제는 대만이 가뭄으로 종종 수자원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는 점이다. 2021년 최악의 가뭄 사태가 벌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적 있다. 당시 대만에선 정부 차원에서 농업용수를 끌어오고 급수차를 상주시키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반도체 생산량을 맞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반도체 제조 허브인 대만에서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글로벌 시장에 미칠 여파가 큰 만큼 미국과 중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대만 업체들은 올해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기후변화 여파로 주요 공업도시의 강우량이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대만의 주요 수원(水源)으로 활용됐던 여름 태풍도 2019년 8월 이후 4년째 실종된 상태다. 기후변화 여파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현재 대만 주요 저수지 다섯곳의 저수량은 평균 32%(17일 기준) 수준에 불과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대만 기상청은 극심한 가뭄 상태가 5월쯤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각한 가뭄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대만 정부와 TSMC를 비롯한 주요 업체들은 물을 저장하기 위한 각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TSMC는 닛케이아시아에 "다양한 물 확보와 관련한 단계별 비상 계획을 갖고 있으며 물을 절약하고 수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 민간기관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물 소비 절감과 폐수 재활용 등도 대책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의 제2 반도체 업체인 UMC도 타이난 시설과 관련해 정부의 요청 이전인 지난 1월부터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한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