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수익성 둔화에도 투자 늘렸다…R&D 1조 돌파

연구개발비·시설투자액 사상 최대
AI 등 미래 기술·서비스 안정화에 투자

카카오가 지난해 수익성 악화에도 투자를 크게 늘렸다. 연간 연구·개발(R&D) 비와 시설투자액 모두 역대 최대 규모를 집행했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서비스 장애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27일 카카오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2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R&D 비용은 1조213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과 비교해 33.6% 늘면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2.5%에서 지난해 14.4%로 커졌다.

설비투자도 크게 늘렸다. 지난해 6428억원을 지출해 전년 대비 73.4% 증가했다. 이 중 데이터센터가 포함된 유형자산에는 4529억원을 지출했다. 2021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투자를 확대한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7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 줄어든 5805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이후 4년 만의 역성장이다. 경기가 얼어붙은 데다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컸다. 이에 따라 임직원 성과급을 줄이고 이사 보수 한도를 삭감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비용 감축에도 R&D에 1조원 이상 쓴 것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다. 카카오는 주력 사업인 카카오톡 개편을 포함해 AI, 헬스케어 등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모델 '코GPT(Ko-GPT)'가 대표적이다. 챗GPT로 본격화된 생성 AI 전쟁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코GPT를 활용한 서비스를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코GPT 기반 흉부 촬영 판독 등 의료 진단용 AI 서비스를 호주부터 시작하고 카카오톡 내 AI 개인 비서 서비스나 광고 카피 작성 서비스 등을 내놓는다.

설비투자 확대로 서비스 안정화도 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먹통 사태가 발생한 이후 설비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향후 5년간 서버 관련 투자 금액을 지난 5년간에 비해 3배 이상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시흥 제2데이터센터 건립을 비롯해 서버를 포함한 인프라 장비 구입, 정보보호 강화, 인건비 등에 대한 투자다.

카카오 관계자는 "AI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인프라 부문 R&D는 서버 등 하드웨어(HW) 관리·운영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에 대한 미래 기술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는 매출 대비 투자를 줄였다. 지난해 R&D에 1조8090억원을 투입했다. 2020년부터 연간 20% 이상 R&D 지출을 확대했으나 지난해에는 9.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출 대비 비중도 25% 내외에서 지난해 22.0%로 낮아졌다. 시설투자비는 7562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줄었다. 지난해 신사옥 '1784'의 공사가 끝나면서 인프라 투입 비용이 줄어든 영향이다.

산업IT부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