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살이ABC]전세금 반환 요청에 답 없는 집주인…‘임차권 등기’ 대응

편집자주이른바 ‘빌라왕’에 의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면서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세 제도는 여전히 한국의 주요 임대차 계약 중 하나다. 아시아경제가 구민수 변호사(NH투자증권 부동산 자산관리)와 ‘전세살이ABC’ 연재를 통해 전세로 살면서 현실적으로 알아야 할 법률 상식과 정보를 전달한다.
따옴표#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됐지만 연락이 두절된 집주인 때문에 임차인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임대인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고 답장도 오지 않아서다. 기다리다 못해 보증금을 제때 달라고 독촉하는 ‘내용증명’도 보냈지만 임대인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 경우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구민수 변호사는 이 경우 임차권등기제도를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임차권 등기는 세입자가 이사를 가더라도 대항력(점유 권리)과 우선변제권(경매에 넘어갔을 때 먼저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을 유지해주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이하 ‘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은 문제 발생 시 HUG의 안내를 받아 임차권 등기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보증보험에 가입했다고 바로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차인은 임차권 등기를 먼저 마친 후에야 HUG로부터 보험금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전세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후 HUG는 임차인의 임차권 등기를 승계(인수)하고 이를 기초로 해당 주택의 경매 절차에서 우선변제 받는 방법으로 지급한 보험금을 회수하게 된다.

'임차권 등기'로 보증금 반환 압박…연 12%의 지연손해금 청구

임차권 등기를 마치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때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다. 높은 이자를 통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을 압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동시이행의무(주택과 전세보증금을 동시에 주고받아야 한다는 민사상의 원칙)가 소멸되기 때문이다. 동시이행은 쉽게 말해 물건과 금전을 동시에 주고받는다는 거래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전세 계약 체결 후 약 1개월가량 지난 후 잔금일에 전세보증금 잔액과 주택을 주고받는다. 이때 임대인은 기존의 권리관계(예를 들면 기존 임차인과 퇴거 협의, 선순위 담보권 말소 협의) 등을 정리하고, 임차인은 체결한 전세계약서에 먼저 확정일자를 받아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하기도 한다.

동시이행의 원칙은 계약이 만기 됐을 때 전세보증금과 주택을 다시 맞교환하는 경우에도 적용되지만, 임차권 등기가 있다면 그때부터 지연이자 청구가 가능하다. 임대인들은 대개 돌려주지 않은 전세보증금에 대한 연 12%의 지연손해금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이 시기쯤 보증금을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이때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임차권 등기 해지 절차를 이행하면 된다. 실무적으로는 전세보증금을 계좌로 이체받고, 임차권 해지에 필요한 해지증서, 위임장 등을 임대인에게 내어 주면 된다. 물론 이때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과 그에 따른 관련 비용도 임대인이 정산해줘야 한다.

보증금 임의 반환 어렵다고 예상되더라도…'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유지 필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다고 예상되는 경우에도 임차권 등기는 여전히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소유권자로 명의만 있고 사실상 신용과 자산이 없는 전형적인 전세사기 사건에서는 경매 배당 절차에서 보증금을 회수하는 사례가 많다. 최소 1년6개월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인사발령, 학업 등으로 불가피하게 이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임차권 등기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상실되지 않도록 조치한 다음 이사를 해야 한다. 이때도 법원의 임차권 등기 명령만 있는 것으로 부족하고 반드시 임차권등기가 완료(부동산 등기부에 기재)된 것을 확인한 후 이사 또는 점유를 해제해야 한다.

구민수 변호사(NH투자증권 부동산 자산관리), <셀프소송>, <셀프등기> 저자.

건설부동산부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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