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가운데 한국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은 동 아나톨리아 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튀르키예는 아나톨리아판, 유라시아판, 아라비아판, 아프리카판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어 지진이 활발하게 발생한다. 동 아나톨리아 단층은 최근 지진 활동 없이 조용했지만, 그동안 축적됐던 에너지를 한꺼번에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주요 지진대인 판의 경계 지역에 있진 않다. 하지만 2016년 경주, 2017년 포항 일대에 진도 5 이상 큰 규모의 지진이 잇따르면서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규모 9.0)의 여파로 한반도 지각이 동서로 1~5㎝가량 이동하면서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여건이 형성됐다는 학계의 분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반도에는 규모 2.0 이상 지진이 예년보다 많이 발생했다. 15일 기상청의 '2022년 지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은 77회로 집계됐다. 디지털 지진계로 관측을 시작한 1999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70.6회)보다 약 10% 많았다.
지진 연보에 따르면 규모 있는 지진이 비교적 적은 충북 괴산군에서도 4.1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괴산지진은 우리나라 어느 곳에나 피해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항상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고 없이 닥치는 지진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내진 설계를 통해 피해를 줄일 순 있다. 튀르키예 지진에서 지진 피해를 더 키운 주범으로 지목받은 것은 부실하게 시공된 건축법 위반 건축물이었다. 불법 건축물을 철저히 규제해온 튀르키예 남동부 하타이주의 소도시 에르진은 지진 여파에도 건물이 한 채도 무너지지 않았고 사상자 역시 0명으로 집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우리나라는 2층 이상 또는 200㎡ 이상 건축물과 모든 주택에 내진 설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법 시행일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의 대부분은 지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있다.
실제로 서울 시내 건축물의 20%만 내진 성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지진안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시내 건축물 59만3533동 가운데 내진 설계와 보강 공사 등을 통해 일정 기준 이상의 내진 성능을 확보한 곳은 11만5824동(19.5%)에 그쳤다. 서울 시내 건축물 10곳 중 8곳이 지진에 취약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