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푸틴 만난 국책연구원장 '우크라 전쟁 연내 안끝나'

"러 경제, 유럽보다 상황이 훨씬 나았다"
"한러 관계 파탄" 푸틴 답변 이끌어 화제

[대담=아시아경제 정재형 경제금융에디터, 정리=이준형 기자] 지난해 10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발다이 토론 클럽(Valdai Discussion Club).’ 러시아 정부가 2004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행사로, 전 세계 전문가들이 모여 러시아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지난해 행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열려 이목을 끌었다.

특히 이 행사에서 한국인 참석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이 화제가 됐다. 푸틴이 그의 질문에 “한·러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 “(단)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면 한·러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무기 공급은) 우리 주권의 문제”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한·러 관계를 들썩인 질문의 주인공은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이다. 김 원장은 최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극적으로 정전이나 휴전 협상을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며 어쨌든 전쟁으로 인한 제재 국면은 올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쟁도 휴전협상이 1951년 시작됐지만 타결된 시점은 2년 정도 지난 1953년이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2021년에도 (발다이 토론 클럽에) 갔는데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가 더 생기 있고 건강해보였다”면서 “러시아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고 덧붙였다.

인터뷰_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올해 대외 경제에서 가장 큰 변수 3가지를 꼽는다면.

▲우선 지정학적 위험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 될 거고, 세계경제 회복을 짓누르고 있으니까. 두번째는 반 인플레이션 정책,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정책이다. 전반적인 느낌은 강력한 반인플레이션 정책으로 가기로 했는데, 경기 침체가 너무 심하게 되면 하드랜딩이 될 것 같고 어느 정도 타협하는 거 아닌가.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길어지는 거죠.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도 예상하고 있는데.

▲미국은 올해도 계속 올려서 기준금리 6%로 가겠다는 거였는데 거기까지는 아닌 것 같다. 경제도 망가지니까.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하는데 올해 다시 금리 인하하는 것도 아닐 것 같다. 그건 생각하지도 않는 게 중앙은행 인식이다.

-시장에선 인하하기를 희망하는데.

▲그건 희망사항으로 봐야죠. 세번째는 여전한 공급망 문제, 팬데믹 이후 공급망 재편이다. 인위적인 재편 전략이 갖고 오는 위험들이 있을 것이다.

-공급망 불안이 인플레이션 유발하는 요인이 되는지.

▲공급 측면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이나 각국 경제정책으로 다루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은 수요 관리 정책이다. 공급 측면의 문제가 계속될 것 같고, 팬데믹 이후 헝클어진 공급망이 다시 정비되는 건 굉장히 많이 된 것 같다. 지금 로지스틱스(물류)나 이런 걸 보면 해운 운임이 코로나19 전의 10배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2배 정도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동력을 구할 수 없다는 게 문제는 있다.

-노동력 공급이 왜 줄었나.

▲흔히 나오는 설명이 팬데믹 이후 디지털전환, 구조전환이 있었다. 택시기사 하다가 택배기사로 갔다든지. 구조적인 변화보다 더 큰 영향 주는 게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나간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19로 인해서 각국 정부가 현금성 지원을 많이 했는데 그래서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졌다. 그런 사람들이 현금이 있으면 다시 복귀를 안 하려고 하는 거죠. 두 번째는 중요한 게 다들 간과하는데 팬데믹 이전에는 국가간의 노동 이동이 컸다. 단기적인 계절적인 노동 이동이 많았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에서 체리 딸 때는 남미에서 올라가서 하고 다시 내려가고 한다. 영국에서 수확기 되면 밑에서 올라와서 해주고 가고, 프랑스도 포도 딸 때도 있고. 계절노동과 단기노동이 팬데믹으로 단절이 됐다. 우리나라도 연근해 어업에서도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노동자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건설노동자도 그렇고. 선진국에서는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다. 노동시장 가지고 금리를 얼마나 올릴지 내릴지 판단하면 안된다고 본다. 미국 Fed는 노동시장이 타이트해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정성적인 방법으로 어프로치해서 단기노동이나 계절노동을 활성화한다든가 해야 한다.

-팬데믹이 좀 끝났으니까 정상화 여지도 있지 않는가.

▲시간이 걸리죠. 보통 한번 와서 6개월 있고 1년 있고 했는데. H2와 E9 비자, 이런 분들이 왔다갔다 한다. 이런 게 아직 정상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다른 나라들도 노동시장이 수치상으로는 타이트해보인다. 정성적인 조치로 풀어야 할 문제지, 이걸 보고 금리를 계속 경기 과열이니까 올려야 한다고 보면 잘못 읽는 것이다.

-우크라 전쟁이 언제쯤 끝날까.

▲전쟁 이후 지난해 10월 모스크바에 가서 푸틴을 만났다. 발다이 디스커션이라고 각계 전문가들, 최고위급 지성인들이 모여 4시간 동안 Q&A하는 것이다. 푸틴이 직접 2004년에 만들어서 애정을 갖고 운영하고 있다. 2021년 소치에서 했을 때 푸틴이 3시간30분 있었는데 작년에는 거의 4시간 있었다. 푸틴이 30~40분 스피치하고 전쟁에 대한 입장도 얘기하고, 그다음에 프리 Q&A 했다. 전체 느낌은 재작년보다 작년이 더 생기발랄하고 건강해 보인다. 재작년에는 우리에 갇힌 맹수처럼 답답한 느낌이었는데, 작년에는 일을 저질러서 그런지 더 나았고 러시아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서방국들의 제재를 받으면서 컴퓨터 같은 것도 반입 안된다고 들었는데.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작년에 엄청나게 번 오일달러로 중국으로부터 물자가 다 조달된다. 작년에 6월부터 8월까지 유럽에 가스 공급을 했는데, 그때 돈 번 게 평상시 1년 동안 번 것보다 많았다. 이걸로 중국에서 생필품도 많이 사고 해서 생필품적으로 문제가 없다.

지금 반도체는 전면 수출 통제다. 반도체는 일반 컴퓨터뿐만 아니라 전쟁무기에도 다 들어가는데. 첨단 반도체는 물론 범용 반도체도 못 들어가고 있다. 들리는 말로는 중국에서 좀 산다고는 하는데, 중국도 지금 제코가 석자여서 많이 못 준다. 전반적으로 반도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반도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전쟁 수행능력도 전반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그럼 올해 전쟁이 끝났 수 있을까.

▲그러나 올해는 전쟁은 계속 갈 것 같다. 전쟁으로 인한 제재 국면도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극적으로 정전이나 휴전해도 제재 여파는 올해 연말까지는 갈 것이다. 양측이 테이블에 앉지도 않았다. 한국전쟁 생각해보면 협상 시작하고도 실제 휴전까지는 2년 걸렸다. 회담이란 게 원래 이런 것이다. 테이블에 앉지도 않았는데 전쟁이 올해 끝나겠나. 네버(Never). 모스크바 가서 느낀 건 전쟁이 오래 가겠구나였다. 러시아 경제가 파탄 났으면 전쟁이 오래 안 가겠구나 그랬을텐데 그렇지 않았다. 유럽보다 상황이 훨씬 나았고, 생필품도 보급이 되고. 내부 소비재라든가 사치재가 문제가 되는 거지. 자동차도 중국 자동차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다. 중국 지리 자동차가 엄청 많았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서바이벌할 수 있는 능력이 되기 때문에. 이 전쟁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이나 유럽이 탱크 지원하는 게 러시아 점령지역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미로 생각했는데.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해법이 다른 건 크름반도다. 한국전쟁 때 미국이 38선까지 밀어낸 다음에 3일인가 가만히 있었다. 그때 국군 부대가 미국 허락도 안 받고 치고 올라갔다. 똑같은 상황이다. 결국은 뭐나면 우크라 입장에서는 기왕 시작했는데 원상 회복해야죠. 그러니까 크름반도까지 하겠다. 미사일도 주고 뭐도 주고 전쟁무기 다 달라. 그럼 우리가 싸울 의지가 있다. 서방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는 게 맞아?' 이렇게 되는 것이다. '전쟁 전 상황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 아냐?' 라고 얘기를 한다. 그런데 젤렌스키는 '그렇게 하면 또 쳐들어온다. 그 상황으로 가면 2022년 2월 24일 이전 상황인데. 러시아가 가만히 있겠는가. 결국 5~10년 후에 또 온다. 발본색원해서 원인을 없애기 위해서는 크림반도를 수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방은 '전쟁이 너무 커지는 거 아냐? 역사적으로 크림반도는 러시아 영토였고'라는 생각이다.

-젤렌스키는 서방의 지원을 받는데 크름반도 문제는 서방의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닌지.

▲말 안 듣고 쳐들어가면 어떡하나. 쳐들어가서 일 벌려놓고 배째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더군다가 서방 자체가 입장이 통일돼 있지 않고 혼재돼 있다. 지금 상황에서 끝내자는 입장도있고, 협상하다가 협상이 다 끝날 때까지 국경선으로 하자는 입장도 있다. 2월24일 이전 국경으로 돌아가자는 입장도 있다. 전쟁 물자도 주는 게 원칙이 없다. 찔끔찔끔 줬다 안줬다 하고 있지 않나. 기본적으로 통일된 전략이 없는 것이다.

-유럽은 결국 에너지 자립을 위해서 러시아와 분리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지.

▲이미 시작됐다. 에너지 독립은 액화천연가스(LNG)로 간다는 것이다. 파이프라인 가스(PNG)가 싸기 때문에, 파이프라인 건설비를 들여 놓은 것도 있고 해서 PNG에 의존했었다. PNG는 액화하지 않고 고압가스로 공급하는 것이어서 저렴한데 유럽에서 LNG를 쓰려면 액화해서 온 천연가스를 다시 기화시켜서 써야 한다. 저장고에 기화장치 만드는 데 3년이 걸린다. 이게 3년 걸리니까 유럽이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설 짓기 시작했는데, 이것 말고 미니 기화시설을 만들었다. 이건 1년 걸린다. 이미 가동 시작된 것도 있고. 해안가 배 위에 미니 기화시설 만들어서 공급하는 것 등을 21개 이상 만들고 있다. 만드는 건 민간업자들인데, 각국 정부에게 계약을 최소 10년은 개런티(보장)해라 이렇게 했을 것이다. 10년은 써야하는데 러-우크라 전쟁 끝나도 유럽이 당분간, 어쩌면 영원히, 러시아에 대한 신뢰 담보되지 않으면 LNG로 갈 수밖에 없다.

-큰 변화다.

▲이번 기회에 유럽 에너지 조달 시장도 구조적 변화가 된 것이고, LNG에 크게 의존하는 동아시아 3국, 한중일에 강력한 (수요)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LNG 가격은 높은 상태로 유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계절적 요인이나 이런 걸로 가격 떨어질 수 있어도 기본적으로 천연가스는 높은 가격이 됐다. 난방비는 한국가스공사가 카타르나 이런 곳과도 계약하고 했는데. 20~30년 계약이라는 게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가격은 많은 경우에 예측이 힘들어서 수출하는 당시 시점의 가격을 반영한다. 장기계약이라는 게 가격을 유리한 조건에서 사온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는 측면은 있다.

대담=정재형 경제금융 매니징에디터 jjh@asiae.co.kr정리=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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