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당무 개입' 논란 확산…MB·박근혜도 전대 갔다

윤 대통령 "전대 꼭 참석" 발언에
"윤심 영향력 커진다" 우려
박근혜, 전대 참석했지만 비박계 대표 선출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이제 대놓고 행해지고 있다"

이언주 전 의원이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의 일부다. 이 전 의원은 "만약 최고위원이 된다고 해도 꼭두각시처럼 앉아 있는 역할만 한다면 국민과 당원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 같아 최종적으로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이 재점화했다. 18년 만에 개정된 '당원 투표 100%'의 전당대회 룰에 이어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사태 등 국민의힘 전대 과정에서 '윤심(尹心)'이 반영됐다는 지적이 잇따른 가운데 윤 대통령의 전대 참석 발언이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모습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3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 3·8 전당대회 참석을 언급했다. 당시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오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당원들이 모이는 좋은 축제이니 전당대회에 꼭 참석하시겠다는 약속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보수정권에선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전대에 참석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4과 2016년 새누리당 전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 지도부를 뽑는 전대는 수만 명의 당원이 참석하는 자리로, 대통령은 전대를 통해 당내 지지 기반을 확인해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전대 참석도 당무 개입으로 볼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대는 보통 열성 지지자들인 당원들이 모이기 때문에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대통령이 기(氣)를 받기 마련"이라며 "가수들이 대규모 콘서트에서 팬들의 환호를 받고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발을 위한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기 직전 당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

다만 윤 대통령의 경우 전대가 한 달 넘게 남은 시점에서 참석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오히려 특정 후보 밀어주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전날 YTN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것에 따라서 표가 확확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민의힘 전대는 준비 과정부터 '윤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유력 당권주자였던 나 전 의원은 저출산 대책을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겪다 해임되면서 당 안팎에선 윤심이 작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대표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던 나 전 의원은 저출산위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대통령실이 해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또 이 과정에서 초선의원 50명은 연판장을 돌려 "나 전 의원이 대통령에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이를 두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초선의원들이) 아무리 대통령에게 잘 보이고 싶다고 하지만 그런다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일회용일 뿐”이라면서 "특정인을 공격하고 린치를 가하면 깡패들도 아니고 그게 뭐냐"고 비판했다.

이번 전대를 앞두고 종전 '당원 70%, 국민 여론조사 30%'였던 투표 방식을 '당원 100%'로 변경한 것도 윤 대통령과 대립해온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18년 만의 룰 변경이지만 당내 토론조차 없이 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결정되면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유 전 의원이 불리해진 탓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대통령의 전대 참석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역대 대통령이 참석한 전대에선 대통령 의중이 모두 반영되진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동안 두 번의 전대에 참석했는데 첫 번째는 '비박'인 김무성 당시 후보가 친박인 서청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후 2016년 전대에선 '친박' 이정현 후보가 뽑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유튜브 한 채널에서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정치적으로는 레임덕 걸린 것"이라면서 "너무 노골적으로 김기현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가 되면 이제 대통령까지 나섰는데도 안 된다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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