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경제격변기]①올해 韓성장률, 25년만 처음으로 일본에 역전당할 듯

올해 韓성장률 1%대…日에 뒤질수도
중국, 한국 단기 비자발급 중단 '보복'
미국의 탈중국 압박에 '中리스크' 커져

올해 세계 경제가 크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중·일 동북아시아도 격변기를 맞을 전망이다. 중국은 '위드코로나'로 방역정책을 전환한 이후 경제 회복을 꾀하면서 미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을 강화하고 있고, 일본도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10년간 유지해온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끼인 한국은 올해 고금리·고물가 파급효과가 본격화되면서 ‘1%대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 유력하다.

특히 중국 리스크는 당장 현실이 되고 있다. 한·미·일을 포함한 15개 이상의 국가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문턱을 높이자 중국은 최근 한국 국민의 단기 방중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즉각적인 보복 조치로 국내 기업의 사업이나 출장 등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동북아 상황에서 전략적인 외교·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중 패권 경쟁…"과거 같은 성장 힘들다"

올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중국이다.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 폐기 이후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올해 5%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예측한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4.6%이고,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중국 성장률이 4.9%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방역완화 초기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경기가 주춤할 수 있으나, 과도기가 끝나면 중국 내수 활성화로 대중국 수출이 늘고 국내 관광산업도 되살아나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리스크도 상당하다. 중국의 단기 비자 제한 조치와 같은 보복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 산하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한국의 중국인 입국 제한에 대해 "정치적 쇼의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관광 산업의 가장 큰 수입원인 만큼 이번 조치로 한국 자신이 가장 먼저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계 안팎에서도 그동안 한국에 대해선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제된 반응을 보여온 중국이 최근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과 관련해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해지는 것도 문제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 확보를 막기 위해 제조 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한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칩4(미국 주도 한국·일본·대만 반도체 협의체) 등 동맹국과의 봉쇄 라인을 강화하는 중이다. 한국으로선 미국의 탈(脫)중국 압박도 부담이지만, 중국이 IPEF, 칩4 등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한국에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때와 비슷한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그동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협력해온 한국으로선 '진퇴양난'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부상에 올라타 수출을 늘리면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과거와 같은 성장 방식이 잘 작동하기 어렵게 됐다"며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해도 중국이 미국과 분리된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동력 잃은 韓…올해 日에도 밀리나

그러는 사이 우리 경제는 본격적인 위기 국면으로 진입 중이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각각 1.7%, 1.6%로 내다봤다. 이는 일본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일본의 올해 성장률로 제시한 1.9%, 1.8%보다도 낮은 수치다.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랜 기간 저성장의 덫에 빠진 일본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우리나라보다 연 성장률이 앞선 적이 없는데, 올해는 일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우 우리나라 성장률을 일본보다 더 높게 봤지만, 바클레이스 등 9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한국 성장률 전망을 일본(1.3%)보다 낮은 1.1%로 제시했다. 특히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올해 성장률이 지난 11월 전망치(1.7%)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먹구름이 더욱 짙어졌다.

일본은 최근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12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반도체 패권 경쟁에 적극 나서는 한편, 그동안 막대한 무역적자를 키운 엔저를 끝내기 위해 초저금리 정책 수정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올해 동북아시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 유력하다.

위기 속 기회 찾아야…"산업정책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한·중·일 격변기 속에서 첨단 기술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탈 탄소 전환 등 무역 장벽을 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세계적인 추세는 일반적인 탈세계화라기보다는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갈등과 경쟁이라고 봐야 한다"며 "한국은 앞으로 통상적인 무역은 자유무역에 기초한 세계적인 분업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되, 기술적인 분야에선 미국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기술패권 경쟁 틈 사이에서 기회를 찾아 혁신적인 산업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며 "기술 부분에서도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세계적으로 무역 장벽 역할을 하는 탈 탄소 전환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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