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나경원 사태 '거리두기'…설연휴까지 사표 안 받나

내주 순방 이어 설 연휴 …열흘간 정리 가능성
대통령실 "국정과제 두고 직 던진 것은 실망"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대통령실이 침묵 모드로 돌아섰다. 사태 초반, 나 부위원장의 사의 자체를 부인하다 이튿날에서야 김대기 비서실장의 문자 사의 표명을 인정했다. 참모들의 입도 무거워졌다. 오는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8일간 아랍에미리트공화국(UAE) 순방에 나서는데다 설 연휴까지 이어지는 만큼 당무와 거리를 두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1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나 부위원장의 사의 표명을 보고 받았지만 별도의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윤 대통령의 재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특별한 말씀이 없다. 더는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전경. [사진=김현민 기자]

전날에도 대통령실은 '사의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인사권자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나 부위원장뿐만 아니라 모든 인사 절차에 있어서 당연한 이야기"라며 "모든 인사가 사직서를 제출하면 인사혁신처를 통해 오고 대통령의 재가가 있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다만 이번 사태에 대한 대통령실의 고민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윤 정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저출산, 고령사회의 해법을 담당할 대통령 직속 기구가 부위원장 임명 석달여 만에 정책 방향을 놓고 운영 위기를 맞은데다,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 자체가 전당대회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전대 출마를 막으려 한다는 해석"저출산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 전 직 던져 실망"나경원 공식 활동 재개 변수

정치권에서 대통령실이 나 부위원장의 사의를 최대한 끌고 가 전대 출마를 막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을 바로 해촉할 경우 되레 전대 출마의 길을 터주는 셈이 돼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한 건 '전당대회에 나서지 마라'는 뜻이었다고 해석한 바 있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대통령이 맡긴 정무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자기 정치를 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정부 기조와 다른 정책방향을 국민들에 공개 제시한 게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장기적으로는 3대 개혁과도 맞물린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를 제대로 다뤄보기도 전에 직을 던진 것에 대한 실망감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탓에 윤 대통령이 당분간은 결단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 오는 14일부터 8일간 순방 일정에 오르는 데다 설 연휴가 바로 이어져 시간은 충분하다. 대통령으로서는 정무에 개입한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고 나 부위원장과 당에는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는 얘기다.

다만 나 부위원장이 잠행을 끝내고 전날부터 공식 활동에 나선 점은 변수다. 나 부위원장은 동작구청 신년인사회와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윤 정부의 성공을 수차례 강조하고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공을 들였다. 나 부위원장은 언론을 향해 "저와 대통령실간 각을 세우지 말아 달라"며 "제 생각이 여러가지 왜곡된 부분이 있어서 사의 표명을 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더 해보겠다"며 "아직 결정을 안 했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나 부원장은 공개 일정 없이 전대 출마를 놓고 막판 고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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