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기자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새해 첫 거래일부터 대폭락한 테슬라 주가가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시장의 눈높이는 낮아지고 있다. 인도량 쇼크·신차 경쟁 격화 등 악재가 산적해 있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가 하락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4일(현지시간) 미 나스닥 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 급락을 뒤로하고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5%대 상승 마감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전장 대비 5.12% 상승한 113.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2%대 급락한 테슬라 주가는 하루 새 470억달러(약 60조원)의 시가총액을 날렸다. 이는 미국 포드차의 전체 시총 480억달러(4일 종가 기준)와 맞먹는 수준이다.
자동차 대장주이자 성장주의 상징이었던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70%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400달러를 호가했던 테슬라 주가는 본업인 전기차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트위터 인수 이후 ‘오너 리스크’가 부각되며 시장의 신뢰를 빠르게 잃어갔고,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123.18달러까지 무너졌다. 코로나19 후폭풍으로 시작된 반도체 칩 부족과 공급망 혼란이라는 전례 없는 불황 속에서도 사상 최대 성장세를 구가한 테슬라는 추락을 거듭한 끝에 역사상 최악의 주가 하락을 보인 기업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딜북 콘퍼런스에서 독일의 자동차시장 분석가인 마티아스 슈미트는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업체들이 올해 험난한 시장 경쟁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면서 올해 테슬라 주가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4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는 각국의 금리 인상 행보와 경기 침체로 차량 수요에 전반적인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각국 정부가 올해도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이어가면서 자동차대출 금리도 오르고 이로 인해 전기차 수요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포드 머스탱 마하-E, 폭스바겐 ID3 등 경쟁사들의 신차 출시가 줄줄이 예고되면서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텃밭인 미국 시장에서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현대차가 빠르게 테슬라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GM의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 닛산까지 가세하면서 테슬라의 시장 지위 수성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의 반전을 이끌 신차 출시 계획 불투명하다. 테슬라는 2020년 모델Y를 끝으로 신차를 내놓지 않고 있다. 준비 중인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은 생산 일정이 수차례 지연되면서 출시는 연말까지 미뤄진 상황이다. 전기 픽업트럭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신제품의 주요 성능을 변경하는 등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출시 지연의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회사의 핵심 성장 지역인 중국과 일본 등에서는 자국 업체 지원에 앞장서면서 테슬라의 경쟁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이미 지난해 테슬라를 밀어냈고 올해는 격차를 더 벌리며 1위 굳히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의 중국 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데 비해 비야디는 200% 급증했다. NYT는 "테슬라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토종업체들에 밀려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유럽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테슬라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3%에서 지난해 15% 수준까지 추락했다. 영국·독일·스웨덴 등 유럽 주요국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을 줄이고 있어 올해 상황도 밝지 않을 것이라고 슈미트는 지적했다.
월가도 비관적이다. 테슬라의 지난해 차량 인도 대수는 131만대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으나, 목표치(50%)에는 못 미쳤다. 지난해 4분기 인도량(40만5278대)도 월가 예상치(43만1117대)를 밑돌았다. 금융정보업체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세스 골드스타인은 "테슬라가 성장 둔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경기 침체에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인도량이 월가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발표 이후 월가 투자기관 가운데 최소 4곳이 목표주가와 향후 수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 JP 모건은 테슬라 마진 축소를 예상하면서 목표주가를 125달러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테슬라가 재고 소진을 위해 대폭 할인에 나섰음에도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서 주가 추가 하락을 예상했고, 모건스탠리는 테슬라의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