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30년간 뇌를 연구해온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중들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의 뇌를 쉽게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모든 사람은 뇌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막상 어떻게 이를 관리하고 사용할지는 잘 모른다. 김 교수의 저서 ‘뇌를 경청하라’와 ‘역발상의 지혜’에는 이러한 고심이 담겨 있다. ‘뇌를 경청하라’가 우리의 행복을 위한 뇌과학을 말한다면, ‘역발상의 지혜’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속담을 뇌과학적 시각으로 새롭게 설명해 보다 친근하게 다가간다.
김 교수는 저서에서 우리의 뇌를 실생활과 연계해 차분하게 설명한다. 그는 "30대부터 70대로 차근차근 올라가며 맞이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서 같이 변화하는 것이 젊음의 유지이지, 20대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함이 젊음은 아니다"고 말한다. 20대에 받은 면허증을 60대까지 한 번도 갱신하지 않고 넘어갔다면, 그 면허는 이미 옛날 지식만을 고집한 고루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어떤 면허증이든 재교육을 받고 갱신을 하게 돼 있고, 그렇게 해야 같은 면허를 받은 젊은이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의 전문성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몸과 마음의 지배는 모두 우리의 뇌에서 하나의 프로세스로 일어난다. 몸이 늙어가면 마음도 늙어간다. 몸의 노화를 어쩔 수 없어 마음의 노화라도 늦추려면 계속된 갱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풀을 심는 작업을 해서 잡초가 살 공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이 작업이 바로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신체를 활발하게 움직여 에너지를 소모해야 뇌에서 생각의 굴레로 인한 에너지 소모를 분산시킬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긴 시간의 운동이 필요하니 걷기가 제격이다.
김 교수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우울증이나 불안증 환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걷기 운동을 권한다. 걷기에 따른 신체활동이 뇌의 정서 중추 활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년을 넘긴 환자들은 이 권고를 비교적 잘 따르지만, 젊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편이다. 귀찮아서 하지 않으려 하고, 막상 실행해도 작심삼일로 끝난다. 이를 극복하려면 잠시의 편리함을 내려놓으면 된다고 김 교수는 조언한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타야 할 때,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된다. 멀지 않은 곳으로 가야 할 때라면 조금 일찍 출발해서 걸어가면 된다. 돈을 좀 투자할 여력이 있는 분이라면 거실에 워킹머신을 설치해 TV를 볼 때만이라도 걸으면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의 인생이란 결국 뇌의 기능 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뇌에 우리의 마음 요소들이 모두 세팅돼 있다는 것과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그 사용의 몫은 온전히 개인에게 부과돼 있다"고 역설한다. 뇌 안에 감추어진 긍정적 요소를 강화해 사회 친화적으로 나아갈지, 부정적 요소를 강화해 사회 이반적으로 뒷걸음질 칠지 모두 개인에게 달려있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미완성의 진화는 인간에게 축복일 수 있다. 자신의 인생이 진화된 뇌의 꼭두각시는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