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갈아타!]②온라인으로 한 번에…내년 '대환대출 플랫폼' 뜨나

1금융권 "핀테크 종속"...2금융권 "고신용 차주 이탈" 우려
중개 수수료·정보 제공 수준 등 이해당사자 간 막판 쟁점 전망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직장인 박정하씨(37)는 최근 보유한 신용대출 3000만원을 보다 금리 조건이 좋은 시중은행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해 한 대출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았다가 삭제했다. 해당 플랫폼엔 시중은행 중 1곳 만이 제휴돼 있어 박씨에겐 불필요 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하루 연차를 내 은행 영업점을 돌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高) 금리 시대 대출 이자 부담으로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차주가 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내년 5월 출범을 목표로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대환대출에 소요되는 시간·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시중은행, 상호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사(카드·캐피탈) 등 1·2금융권 50여곳이 참여를 앞둔 가운데, 당국과 각 업권은 쟁점을 조율하고 있는 단계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각 업계는 내년 5월 출범을 목표로 금융회사 간 '온라인 대환대출 이동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온라인 대환대출 이동시스템은 개인대출을 대상으로 각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체계로, 대환대출 상환요청, 상환필요금액 등 필요정보 제공, 최종 상환 확인 등 대환대출과 관련한 절차를 금융결제원 망을 통해 중계하는 온라인·원스톱 시스템이다. 신용대출 등 각 금융기관이 여신거래약관 등에 따라 표준화된 대출로 담보권 이전 등 추가절차 없이 온라인으로 이동 가능한 대출에 우선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국과 금융권이 이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는 것은 올 들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갈아타기를 고려하는 차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5.34%로 10년여만에 최고치였고, 상호저축은행의 가중평균금리는 13.54%에 달했다. 대환대출 건수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대출 중계 플랫폼 핀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509건이던 대환대출 건수는 3분기엔 5660건으로 10배 늘었다. 대환대출 금액도 95억7040만원에서 1079억6438만원으로 10배 급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환대출은 관련 인프라 미비로 '발품팔기'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각 기관을 연계하는 온라인 시스템이 없어 대환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들은 기존 금융기관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전화, 팩스 등으로 각종 서류를 발급해야 한다. 금융기관으로서도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은행 직원이나 법무사가 움직여야 한다. 시간·비용 측면에서 한계가 적지 않은 셈이다.

정보도 제한적이다. 일부 핀테크사들이 마이데이터를 통해 원리금 등 개략적인 정보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정작 대환 시 발생하는 각종 수수료, 대환 시 이자 감소 폭 등 중요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핀테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각종 대출 중개 플랫폼엔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참여가 저조한 편이다.

이에 당국은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이동시스템을 구축해 관련 절차를 완전 전산화, 대환대출을 이용하는 차주와 금융기관의 시간·비용을 절감하겠단 구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모두 업무처리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대환대출을 취급하는 주요 금융업권이 소비자에게 다양한 대출조건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제한적이었던 정보제공도 확대한다. 우선 핀테크 외에도 각 금융회사 역시 대환대출 비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종전에 제공하지 못했던 제반 비용, 편익 등 구체적인 대출 정보도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갖춘다. 금융회사가 자사의 대출상품을 우선 추천하는 등 소비자의 이해와 상충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플랫폼의 비교·추천 알고리즘 검증을 강화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코스콤의 검증 외에도 추가 검증주체에 의한 교차 검증, 주기적 재검증 등도 실시한다.

관건은 이해당사자간 입장 차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약 3년 전인 2020년부터 논의가 진행돼 왔지만 빅테크의 시장 장악을 우려한 시중은행, 1금융권에 차주들을 빼앗길 수 있는 저축은행 및 여신금융사 등의 반발로 번번이 공전해 왔다. 여전사 한 관계자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의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도 없는 상황이라 고객 이탈이 쉬운 편"이라면서 "상대적인 고신용 차주들이 1금융권으로 대출자들이 쏠리면 이에 따라 금리 폭을 조절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도 직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질적으로 소비자 편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단 지적도 있다. KB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격 개입에 따른 적정금리의 산출·적용제한, 업권별 고객군 분리 등으로 실질적인 고객 이동이 제약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플랫폼이) 고객 입장에서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 "리스크 세분화로 신용도가 취약한 소비자는 이전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하거나 (대출) 제공 자체가 거절 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을 위해 은행, 저축은행, 여전사, 핀테크 업계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 시점에선 큰 틀에서 중개 수수료 문제, 은행권이 대출 중개 플랫폼에 제공하는 정보 수준 문제가 쟁점으로 남아있는 단계"라면서 "내년 플랫폼 출범을 목표로 TF를 통해 이견을 좁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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