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쿨존 사망 제로화’ 한다더니 올해만 3명…법적용도 난항

대대적 공언에도 작년보다 늘어
청담동 사고 도주치사는 미적용
사고마다 사안 복잡 법적용 난항
굴착기라서 민식이법 적용 안돼

주정차 금지장소에 어린이 보호구역을 포함하고 이 구역에서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게 의무적으로 특별 교통안전교육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인 21일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정부가 2026년까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 사망자를 제로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되레 사망자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마다 사안이 복잡해 법 적용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올해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3명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공언에도 오히려 작년(2명)보다 어린이 사망자가 늘었다.

지난 5일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30대 남성 A씨가 구속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A씨에게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만 적용했으며,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는 제외했다.

A씨가 자택에 사고 차량을 주차한 후 40초 만에 현장으로 왔고, 휴대전화를 들고 직접 신고하려던 모습이 CCTV에 담겨있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실제 A씨가 112 신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간적, 장소적 밀접성과 운전자의 행태 등을 종합 고려해 혐의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피해 학생 유가족은 뺑소니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4시57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초등학교 인근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굴착기가 ‘자동차’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쿨존 어린이 사망사고에 민식이법이 적용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평택시 청북읍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B양(11)이 굴착기에 치여 숨졌다. 하지만 민식이법에서는 건설기계는 제외하고 ‘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 자동차’까지만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어 민식이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굴착기 기사 C씨는 당시 사고를 낸 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당시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만 적용했다. 민식이법은 징역형 최대치가 30년이고 가중처벌되면 50년까지 가능하다. 지난 10월에는 경남 창녕군 한 초등학교 근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9살 D군이 차에 치여 숨졌다.

대부분의 스쿨존은 안전에 취약했다. 일방통행 구역 지정이 안 됐거나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발생한 강남 청담동 스쿨존 사고의 경우에도 주민들의 반대로 일방통행 구역 지정이 되지 않았다. 강남구청은 2020년 2월 ‘통행 방향 변경 관련 주민 의견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답변서를 제출한 50명 중 48명이 반대해 양방통행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꾸지 못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인근 아파트 주민, 병원 관계자 등에게 설문조사지를 보냈지만 답변은 50명밖에 오지 않았다고, 이 중 48명이 반대했다"며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있어 양방을 일방으로 바꾸거나 일방에서 양방으로 바꾸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서지원 법무법인 나란 변호사는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가 사회적 이슈가 된 후 발의된 법안"이라며 "적용 대상 차량 및 적용 대상 사고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과실범임에도 불구하고 사망 시 징역형만 규정돼 있어 혐의 적용도 쉽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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