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지휘관이어 판사까지 피살…'마약과의 전쟁' 멕시코 총성

법무부 "단순히 판사 1명 아닌 사법부 전체에 대한 공격"
방위군 최고위 지휘관 피살된 지 9일 만에 범행 발생
사카테카스주 살인율 2015년 → 2021년 400% 증가

멕시코 육군과 주 방위권 대원들이 폭력 범죄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멕시코 중북부 사카테카스주에서 법관이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이 지역은 마약 카르텔 간 세력 다툼의 격전지로 꼽힌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사카테카스주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로베르토 엘리아스 마르티네스 판사가 괴한의 총격을 받았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은 머리에 심각한 총상을 입은 마르티네스 판사를 차량에서 발견했다. 마르티네스 판사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하루 만에 숨졌다. 아르투로 날레 사카테카스 법무부 장관은 "가장 유능하고 헌신적인 판사 중 한 명이 정의의 높은 가치를 품은 채 숨졌다"며 "이번 범행은 우리를 격분시켰으며 사카테카스에 평화의 염원을 더했다"고 밝혔다.

멕시코 당국은 이번 범행에 마약 카르텔이 개입했을 여지가 있다고 보고 조사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마르티네스 판사가 생전 맡았던 사건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투로 날레 장관은 이번 범행에 대해 "단순한 1명의 판사에 대한 공격이 아닌 사법부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며 격분했다. 그는 "마르티네스 판사에 대한 위협 여부를 사전에 인지했다면 예방적 보호 조처를 했을 테지만 유족이나 동료 등 누구도 전혀 피습 가능성을 예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앞서 사카테카스 국가방위군 최고위 지휘관이 인근 지역에서 총격으로 피살된 지 9일 만에 발생했다. 호세 실베스트레 우르수아 파디야 장군은 지난달 24일 사카테카스주와 산루이스포토시주, 아과스칼리엔테스주 경계의 로스 피노스에서 무장한 카르텔과 대치 중 숨졌다. 그는 당시 납치 범죄 증가, 지역 경찰 부패 등에 맞서기 위해 로스 피노스의 범죄 조직에 대한 수색 및 체포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우르수아 파디야 장군 이외에 4명의 보안군 대원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카테카스주의 지난해 살인 범죄 피해자는 약 1050명으로, 살인율은 2015년에 비해 400% 이상 급증했다. 인근 마약 카르텔이 펜타닐(마약의 종류) 밀매 경로와 생산 지역을 통제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10월 다비드 몬레알 사카테카스 주지사는 보안군에게 폭력 범죄 소탕 작전에 대한 노력을 배가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우르수아 파디야 장군 피살 이후 몬레알 주지사는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도 "우리는 범죄자 체포를 위한 투쟁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3500명 이상의 군·경을 사카테카스에 배치하는 등 강력한 치안 유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만 지난 1월에는 마약 카르텔로 추정되는 이들이 주 정부 청사에 시신 10구를 실은 차량을 세워 두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등 갱단과의 격돌이 계속되고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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