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조슬기나특파원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엔 헌법 상의 선거규정 이행 종료를 요구하자, 초당적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는 전날 트위터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과 관련한 의혹 기사와 관련해 트위터가 유포를 막는 등 일종의 '표현의 자유 억압'이 확인됐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유형의 대규모 사기는 헌법에 있는 것을 포함해서 모든 규칙, 규정, 조항의 (적용) 종료를 허용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의 위대한 건국자들은 이런 가짜 사기 선거를 원하지 않았으며 허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2020년 선거 결과를 폐기하고 정당한 승자를 선언할 것이냐 아니면 새롭게 선거를 치를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동안 2020년 대선 사기 주장을 펼쳐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초로 헌법 종료까지 언급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러한 노골적 헌법 종료 제안은 지난 2년간 2020년 대선 사기 주장을 퍼뜨리고 이를 뒤집기 위해 불법적 시도까지 조장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 기준으로도 놀라운 것"이라며 "불과 3주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헌법을 보호, 수호하겠다고 맹세하는 대통령직 출마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발언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조차 비판이 쏟아진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언론 담당 부보좌관은 성명을 통해 "헌법은 200년 이상 미국이 자유와 법치를 가능케 한 신성불가침한 문서"라며 "헌법을 공격하는 것은 우리 영혼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신(트럼프)은 당신이 이겼을 때만 미국을 사랑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차기 하원 원내대표는 ABC 디스위크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극단적"이라며 공화당이 이러한 반민주적 견해를 계속 수용할지 여부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공화당원들은 전직 대통령과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와 결별해 합리적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 트럼프주의식 극단주의에 기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원 정보위원회 간사인 마이크 터너 공화당 의원(오하이오) 역시 이날 CBS방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격렬하게(vehemently)" 동의하지 않으며, 해당 발언이 2024년 공화당을 이끌 인물을 결정하는 데 있어 당연히 변수가 돼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사람들이 후보자를 평가할 때 이러한 발언을 확실히 고려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마이크 라울 공화당 하원의원(뉴욕) 역시 CNN에서 "과거 선거의 불만"에 더 집중하지 않을 때가 됐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헌법은 모든 미국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 대통령(트럼프)이 다시 대선에 출마할 경우, 미래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데이비드 조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오하이오)은 헌법 종료를 지지하는 이(트럼프)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냐는 ABC 디스위크의 질문에 "그(트럼프)는 많은 것을 말하지만, 그게 실제 일어날 것임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호하는 모습도 보였다. 차기 하원의장에 올라설 케빈 매카시 의원은 논평 요청에 입을 닫았다.
앞서 트위터가 유포를 제한한 기사는 보수성향의 뉴욕포스트 보도다. 이 매체는 대선 3주전인 2020년10월 헌터 바이든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마약 코카인을 흡입하며 신원미상 여인과 성행위를 하는 동영상, 헌터를 임원으로 채용한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대표가 바이든 당시 후보와 만났음을 시사하는 노트북 등이 오하이오주 델라웨어의 한 컴퓨터 수리점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트위터는 보도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사용자들이 해당 뉴스를 공유하는 것을 차단했다. 이에 전날 머스크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트위터 파일'을 공유하며 당시 내부에서 논란과 반대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민주당이 이를 두고 직접 관여했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