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북한판 대운하' 건설을 재차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일성 주석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선대 지도자의 '꿈'으로, 동서해를 연결 지어 경제발전을 노려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토목공사의 난도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의 기술력과 자본으로는 사업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전쟁의 불길 속에서 펼쳐주신 대운하 건설의 웅대한 설계도' 제하의 기사에서 김 총비서가 지난달 초 운하 건설 문제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지난달 초 "동·서해를 연결하는 운하를 건설하여야 한다는 것은 위대한 수령님의 유훈"이라며 "우리는 70년 전의 위대한 수령님의 꿈을 기어이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총비서는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동·서해를 연결하는 대운하 건설을 비롯한 전망적인 경제사업들에 국가적인 힘을 넣어 반드시 성공을 안아와야 한다"며 운하 건설 의지를 처음 피력한 바 있다. 최고지도자가 한 달 만에 같은 사안을 또다시 거론한 것인 만큼 관련 구상이 어느 정도 구체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은 1952년 4월 김일성종합대학 연설에서 "운하를 건설해 동해와 서해를 연결할 수 없겠는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68년 육해운부문 간부의 담화에서 "바다와 강이 없는 나라에서는 일부러 운하를 건설해 수상운수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선대 최고지도자도 동·서해를 연결하는 운하 건설에 의지를 보여온 만큼 밑그림은 어느 정도 그려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기사에서 대동강∼예성강 구간, 또는 대동강∼청천강 구간을 잇는 방안을 제시했다.
통신은 김일성 주석이 "운하를 건설한다면 대동강을 예성강이나 청천강과 연결시킬 수 있다고 하시면서 만일 대동강과 예성강 상류를 운하로 연결시킨다면 이 일대의 운수 문제를 원만히 풀 수 있을 것"이라 했다고 소개하면서, 김 주석이 "우리나라 지도를 볼 때마다 대동강 상류와 용흥강 상류 사이 또는 임진강 상류와 덕지강 상류 사이에 운하를 건설하여 동해와 서해를 연결할 수 없겠는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언급한 사실도 상기했다.
대동강은 평안남도 북동부에서 발원하며 용흥강은 함경남도 고원군, 임진강은 함경남도 덕원군, 덕지강은 함경남도와 평안남도의 경계에서 시작된다. 김정은 총비서가 9월 시정연설과 10월 발언에서 공사 구간을 명확히 집어 말한 적은 없지만, 조선중앙통신에 등장한 지역들이 검토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토목공사의 난도 등을 고려할 때 고도의 기술력과 장비, 자본,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사업이 제대로 실현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