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윤기자
[아시아경제 최서윤 기자] 모두가 잠드는 밤에만 전기 수요가 급증하고, 이를 메울 수 있는 일정량의 전력을 ‘바람’으로 만들 수 있는 곳. 지난달 찾은 제주 구좌읍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에는 높이 80m의 거대한 풍력발전기 2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제주에너지공사가 운영하는 곳으로 연간 발전량이 6만6659MWh에 달한다. 설비용량은 30MW 규모로, 공사의 풍력단지 중 가장 크다.
이곳에선 풍력발전기만으로도 주민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4인 기준 1만8000가구의 전기를 책임지기에 충분한 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강상현 제주에너지공사 재해안전운영총괄팀장은 "제주 공항에서 가까운 연동지역 도심지를 커버한다"며 "연간 약 4만6000t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운전풍속은 최소 초속 3.5m에서 최대 초속 25m에 달한다. 통상 초속 6~7m 정도 되면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제주도 연평균 풍속과 비슷한 수준이다. 설비비중 대비 발전량은 20~25%가량이다. 일반적인 풍력발전기 15%보다 효율이 높은 것이다. 발전기당 발전용량은 2000kW다.
연평균 풍속이 초속 6m로 우수한 ‘바람 자원’을 지닌 제주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한 전력을 방전하는 시간이 육지와 다르다. 연간 1200만여명이 찾는 제주에서 관광객들의 주 활동시간은 오전 5~10시와 오후 6~11시로 제주 지역 전력 소비 피크 타임과 같다. 육지에서의 전력 소비 피크 타임이 공장 가동 및 업무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 오후 1~5시인 것과 다르다. 강 팀장은 "제주에서 전력 소비가 큰 곳은 관광객이 이용하는 숙소, 식당"이라며 "제주 특급호텔 객실 수는 2007년 4000실에서 현재 2만실로 늘었다"고 말했다.
통상 주민 수용성 문제 때문에 발전기 설치까지 진통을 겪지만, 제주는 다르다. 풍력발전기 소음 등으로 어민과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지만 제주에너지공사가 마을에 공모를 해 협의하고 사업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등처럼 마을과 공공부문이 협업해 일을 주도해나가는 것이다.
다만 과잉 전력 생산으로 발전기를 잠시 멈추는 ‘출력 제어’ 문제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이날도 한국전력거래소의 요청으로 출력 제어를 해 바람이 부는 데도 발전기 15기 중 13기를 멈춰야만 했다. 출력 제어를 하면 이 단지 발전량의 3~5%가량 생산이 줄어든다. 연간 수억원가량 공사가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전력거래소 입장에선 구역 내 계통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늘거나 줄어드는 풍력 발전량에 맞출 수 없다는 얘기다. 제주에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잘 갖춰져 있어도 이보다 발전 효율이 더 높은 전력 계통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재생에너지 판매를 독점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개인에게도 직거래토록 하는 직접전력구매계약(PPA) 제도도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REC(재생에너지 공급 인정서) 발급을 늘릴 수도 없다. 한전 사업 조성차 소비자가 매달 내는 전기요금의 3.7%를 떼 적립하는 돈이다.
‘플러스 DR(전력수요자원거래)’ 제도를 적극 활용해도 한계는 있다. 플러스 DR은 전력계통의 안정을 위해서 특정 시간에 고객의 전력 사용량을 증대시켜 공급과 수요를 맞추고 참여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제주는 지난 3월부터 명단에 포함됐다. 강 팀장은 출력 제어 문제에 대해 "별도의 수요를 만들어 전기가 과잉 생산되는 피크 시간을 대응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며 "출력 제어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을 주는 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