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플레 정점 찍었나…Fed, 속도조절은 Yes 인상 중단은 No(종합)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치솟던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조짐이 확인되면서 시장의 시선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Fed)으로 쏠리고 있다. 당장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금리 인상폭을 낮추는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Fed 고위 당국자들은 일제히 속도 조절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아직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다며 ‘피벗(pivot·정책 전환)’ 가능성은 일축했다.

◆예상 밑돈 CPI에 '빅스텝' 힘 받아

10일(현지시간)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된 후 연방기금(FF) 금리시장에는 오는 12월 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높이는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급격히 치솟았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을 밟았던 Fed가 이제 긴축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것이란 전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전날 50%대였던 빅스텝 가능성은 현재 90%를 넘어섰다. 반면 자이언트스텝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은 일주일 전 48%, 전날 43.2%에서 이날 9.8%로 내려앉았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종 금리가 5%를 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는 이날 공개된 10월 CPI 상승폭(7.7%)이 7%대로 둔화한 데다 전문가 전망치(7.9%)까지 밑돌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꺾이기 시작했다는 기대감이 커진 여파다. 물가 정점이 확인된 이상 Fed로선 무리한 긴축으로 전 세계 자산시장을 더 짓누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Fed의 속도조절 가능성을 최초 보도했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CPI 공개 직후 "10월 인플레이션 보고서는 Fed의 12월 0.5%포인트 인상 계획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FWD본드의 크리스토퍼 럽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변곡점을 지났다"며 "앞으로 인상폭이 점점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긴축 완화 기대감에 금융시장도 들썩였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나스닥지수가 7% 이상 치솟는 등 주요 지수 모두 2020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고 상승폭을 나타냈다. 반면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달러화 가치는 13년 만에 최대 폭으로 내려 앉았다. 냇웨스트의 존 브릭스는 "시장의 반응은 CPI를 얼마나 우려해왔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날 CPI는 인플레이션도, Fed의 긴축도 정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엑센셜 웰스의 팀 코트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리가 시장의 모든 것을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속도 조절 시사한 Fed, 정책 전환은 선 그어

Fed 당국자들 역시 CPI 지표를 환영하며 조만간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연설에서 "향후 몇달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본다"며 "그간 누적된 긴축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도 "오늘 CPI는 반가운 소식"이라며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곧 적절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속도 조절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들은 금리 인상 중단 또는 인하 전환을 기대해선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로건 총재는 "인상 속도 둔화가 ‘완화’정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속도가 느려질 경우 긴축 여건을 위해 FOMC 차원에서 다른 요소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커 총재는 "0.5%포인트도 높은 수준"이라며 향후 긴축 여건이 지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역시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을 지적하며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할 수 있으나 피벗을 논의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는 늦추되 더 오랜 기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11월 FOMC 메시지와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11월 물가·고용지표 등도 변수

한 번의 지표만으로 물가 정점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한 달 치 데이터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아직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대까지는 갈 길이 멀다. 과거 CPI 상승률이 둔화했다가 다시 가속화한 사례가 없지도 않다. 특히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추세를 세부적으로 살폈을 때 최근 3개월간 하락세를 나타냈던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는 점도 우려 점으로 꼽았다. 브라이언 코울턴 피치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 부문의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한다면 속도 조절을 단언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FOMC 정례회의 전 11월 CPI, 고용보고서 등의 발표가 예정돼 있는 만큼 Fed로선 최소 두 달치 지표를 검토해 인상폭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자문의 마이클 아론 수석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의 피벗을 기다리고 있지만 조만간 그런 소식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며 "이날 금융시장의 열광은 다소 오버액션"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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