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대표' 한수원 사외이사…자소서에 '탄소중립 위해 에어컨 청소'

한수원 신임 사외이사…자소서에 '모텔 운영 경험' 강조
"에어컨 청소로 탄소중립 실천…자살예방 우수업소 선정"
전력산업 경력·전문성은 전무…"낙하산 인사" 지적도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자력발전 전경. [사진 = 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새로 선임한 사외이사의 자기소개서에 원자력발전 등 전력산업 관련 이력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외이사는 주점과 모텔을 운영해온 전직 자유한국당 당원협의회 간부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9일 한수원이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 사외이사 A씨는 자기소개서에 "현재 운영 중인 숙박업소에서 에어컨 필터 청소, 미사용 플러그 뽑기 등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실행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한수원의 사외이사 선발 기준 중 하나인 '전력산업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기술한 것으로 풀이된다.

A씨는 이달 1일 한수원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인물이다. 한수원이 경북 포항에서 주점과 모텔을 운영해온 A씨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자 업계 안팎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원전 등 한수원 주요 사업과 관련된 이력이 전무해서다. A씨가 2017년 자유한국당 포항북구당원협의회 간부로 활동한 이력을 두고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관련기사: 본지 10월 28일자 [단독]尹 에너지정책 설계자, 한수원 사외이사 선임…다른 1인은 모텔 대표 '전문성 의구심'>

이달 1일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A씨의 자기소개서. [사진제공 =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A씨는 직무수행계획서에서도 숙박업소 운영 경험을 강조했다. A씨는 직무수행계획서에 "현재 운영 중인 숙박업소가 '2019년 일산화탄소 중독 자살예방 지원 사업' 우수업소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수원이 더욱 안전하게 원전을 운영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또 A씨는 한수원 경영 혁신 방안에 대해 "신문, 발광다이오드(LED) 광고 등을 통한 홍보로 다양한 사업을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무수행계획서는 공공기관 사외이사 후보가 지원서, 자기소개서와 함께 임용 과정에서 제출하는 서류다. 후보가 직접 공공기관의 주요 문제점을 진단하고 구체적인 업무 계획과 운영 방향을 기술해 공공기관 사외이사 채용 과정의 핵심 서류로 꼽힌다. 당초 한수원은 사외이사 모집 공고에서 응모 자격으로 '전력산업 분야 종사 경험'과 '전력산업의 특수성과 중요성 및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를 명시했다.

이달 1일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A씨의 직무수행계획서. [사진제공 =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상황이 이렇다보니 A씨의 전문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모텔 등 숙박업소 운영 경험은 한수원 사외이사가 갖춰야 할 전문성과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한수원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수원 비상임이사는 공모를 받은 후 한수원 임원추천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정 의원은 "A씨 자기소개서와 직무기술서 어디에서도 한수원 업무에 관련된 전문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면서 "한수원이 전력산업 경험과 전문성이 전무한 인물을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이를 공운위가 걸러내지 못한 제도적 허점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 사외이사 임기는 2년으로, 연봉 약 3000만원을 받는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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