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민기자
서울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집을 찾는 사람이 없다보니 3개월 넘도록 성사시킨 거래가 단 한 건도 없어요. 낮은 가격에 급매로 나와도 팔리지 않아서 매물만 넘쳐납니다.”(서울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
집값 상승의 진원지였던 송파구의 집값 하락세가 예사롭지 않다.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데다 재건축 규제완화도 지지부진해지자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모습이다. 매매가격이 23주 연속 하락하면서 최근 들어 하락폭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송파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43% 떨어졌다.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큰 하락폭으로, 10월 전체로 확대하면 한 달 만에 1.39% 하락한 셈이다. 송파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23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올 들어 누적 2.78% 가격이 떨어졌다.
송파구의 주간 하락폭은 최근 들어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 8월 셋째 주(15일 기준)까지만 해도 변동률인 -0.07%로 한 자리 수를 기록했지만, 8월 넷째 주(22일 기준)부터 -0.10%→-0.12%→-0.16%→-0.18%→-0.22%→-0.23%→-0.27%→-0.31%→-0.38%→-0.43%로 10주 연속 하락세가 짙어졌다.
이처럼 송파구의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연이은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송파구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들은 가격대가 높아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커진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라며 “15억원이 넘어가는 단지들도 주택담보대출 외적으로 대출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락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엘·리·트’ 아파트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8㎡(전용면적)는 지난 7일 19억5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지난 3월 최고가(26억7000만원)보다 가격이 7억2000만원 내렸다.
인근에 위치한 리센츠 84.9㎡는 지난달 8일 20억2000만원에 실거래되며 직전 최고가(26억5000만원) 대비 6억3000만원 값이 내렸고, 트리지움 84.9㎡는 지난 8월 20억8000만원에 매매되며 최고가인 24억2000만원보다 가격이 3억4000만원 떨어졌다. 잠실동 B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관계자는 “지난해에 집값이 워낙 크게 오르다보니 예전만큼 실거주 수요가 많지 않아 매물이 쌓이는 상황”이라며 “최근 시세보다 2~3억원 더 낮은 가격에 나오는 급매물도 꽤 많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은 재건축 단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림픽 3인방’으로 꼽히는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178.3㎡는 지난 9월28일 42억원에 실거래됐다. 이는 지난 1월 최고가였던 47억3000만원보다 5억3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83㎡는 지난달 8일 18억7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직전 최고가(24억2000만원)보다 가격이 5억5000만원 떨어졌고,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84.7㎡는 지난달 1일 15억원에 매매거래되며 직전 최고가(19억3500만원) 대비 4억3500만원 값이 내렸다. 방이동 C공인 대표는 “올해 초에 기대했던 것과 달리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가 생각보다 지지부진해지면서 답답해하는 집주인들이 많다”라며 “일대 집값도 떨어지면서 매물은 더 늘어나는데 비해 수요가 없어 거래가 사실상 멈춘 모습”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단지가 모여 있는 베드타운이라는 특성도 급격한 하락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송 대표는 “송파구는 거래가 많은 대단지가 몰려있어 가격 반영이 빠른 편”이라며 “지난해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하락장으로 돌아서며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