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석기자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단가가 폭락한 가운데 낸드의 경우 D램보다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 여파는 더 크고 회복 속도는 더 느릴 것으로 전망돼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빅3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낸드 시황 단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재고 관리와 최선단 공정 양산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활을 건다는 방침이다.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D램 PC향 범용제품(DDR4 8Gb 1Gx8 2133MHz)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21달러로 9월(2.85달러) 대비 22.46% 폭락했다. 같은 기간 낸드 메모리카드·USB향 범용제품(128Gb 16Gx8 MLC) 고정거래 가격도 4.14달러에 머물면서 전월 대비 3.73% 떨어졌다. 낙폭은 D램이 크지만 부진한 기간은 낸드가 더 길었다. D램은 지난 9월에 한 번 보합세를 보였지만, 낸드는 지난 6월30일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지난달 말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전화 회의)에서 낸드 시황 회복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26일 3분기 컨콜에서 "D램은 복원력이 조만간 작동해 건전한 상태로 돌아갈 것으로 보지만 낸드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 날 진행된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컨콜에서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부사장도 "낸드의 경우 서버 SSD(데이터 저장장치) 기준으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일어난 탓에 실적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두 기업 모두 재고 적정 관리 등 보수적인 경영 방침을 실현하겠다는 메시지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전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삼성전자도 재고 관리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 부사장은 "D램과 달리 낸드의 내년 시황 회복 (가능성은) 낮게 전망한다"며 "재고를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의 경우 총 90억달러(약 10조8300억원)를 들여 인텔로부터 인수한 솔리다임 실적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고민이 크다.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솔리다임은 부가가치가 높은 SSD 사업 부문의 제품 개발, 생산, 판매를 도맡아 한다. 노 사장은 "낸드 (시황)는 추가 조정이 있는 게 맞지만, 1~2년 내 (솔리다임) 통합 후 거두는 이득이 지금의 어려움보다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최선단 공정 양산 체제를 돌릴 때까지는 '보릿고개'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8월 초 미국 시애틀 FMS(플래시 메모리 서밋)에서 발표한 업계 최선단 238단 낸드 양산을 내년 중반께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산 체제에 들어가더라도 메모리 반도체 시황과 수요 회복 속도, 설비투자 규모 등에 따라 실적은 달라질 수 있다.
삼성, SK 모두 '감산'은 지양할 방침이다. 한 번 라인을 세우면 다시 돌리는데 최소 6개월은 걸리고, 호황-불황 간 시간 간격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어 '감산 후 시황 급반등'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노 사장은 "4분기 D램과 낸드 출하량은 3분기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