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미기자
2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추상화가 피에트 몬드리안(1872~1944)의 1942년 작품인 '뉴욕 시티 1'이 독일 뒤셀도르프 주립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네덜란드 추상화가 피에트 몬드리안(1872~1944)의 한 작품이 75년여간 여러 갤러리에서 거꾸로 전시돼왔다는 미술관 큐레이터의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된 작품은 몬드리안의 1942년 작품인 '뉴욕 시티 1'이다. 직선과 원색이라는 단순한 요소만으로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구현하고자 했던 몬드리안은 빨강·파랑·노랑·검정의 접착테이프로 불규칙한 바둑판무늬를 그려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1945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처음 전시된 후 1980년 독일 뒤셀도르프 주립미술관으로 옮겨져 전시돼 왔다.
그런데 최근 영국 BBC에 따르면 뒤셀도르프 미술관 K20 소속 큐레이터 수전 메이어뷰저는 이 작품이 첫 전시부터 거꾸로 전시돼왔다고 주장했다.
우선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에 전시된 비슷한 무늬의 '뉴욕 시티'가 반대 방향으로 전시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다른 근거는 1944년 2월 몬드리안이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며칠 후 그의 아틀리에를 찾은 네덜란드의 한 스튜디오가 촬영한 사진이다. 이 사진 속 작가의 나무 이젤 위에 해당 작품이 거꾸로 올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BBC에 따르면 메이어뷰저는 연초에 이 작품을 포함한 전시를 기획했을 때 여러 자료를 살피며 이같은 오류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75년 전 뉴욕 현대미술관에 이 작품이 처음 전시될 당시 사진을 보면 현재와 같이 거꾸로 작품이 돼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이에 메이어뷰저는 "포장을 풀다가 뒤집힌 것 같다"고 매체에 전했다.
메이어뷰저는 오류를 발견했음에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품의 방향을 바꾸면 작품이 파손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접착테이프가 이미 느슨하게 매달려 있어 지금 거꾸로 뒤집으면 중력의 영향을 받아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며 "이제는 그것마저 작품의 일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