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구글이 유튜버들을 볼모로 잡아 망 사용료 반대 목소리를 낸 뒤 망 사용료 반대 의견을 담은 유튜브 영상 25개의 시청뷰수가 50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 사업자간 갈등은 당연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미디어 시장에서의 과도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여론 형성을 주도해 특정 국가의 입법과정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방송학회·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한국미디어정책학회는 20일 오후 3시에 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인터넷망 사용료 정책과 입법: 이슈 담론화와 여론 형성' 공동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서는 망사용료 정책과 입법의 이슈 담론화와 여론 형성에 대해 논의했다. 망 사용료를 놓고 국내 통신 사업자(ISP)와 구글 등 해외 콘텐츠 제공 사업자(CP) 간 갈등은 수년전부터 지속해왔다. 최근 국회에서 인터넷망 사용료 의무화 입법을 추진하자 통신사와 콘텐츠 제공 사업자간 입장이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유튜브을 이용, 인터넷을 통한 여론 형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천일 한국미디어정책학회장은 "빅테크 플랫폼기업이 여론 형성을 주도하며 특정 국가의 입법과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표자로 나선 이종명 강원대 교수는 "망사용료 이슈가 유튜버에 의해 어떻게 다뤄지고 있으며, 수용자들에게 어떤 화답을 이끌어내고 있는지 봐야 한다"면서 "망사용료 관련 화제가 된 유튜버 영상 25개의 시청뷰수는 575만5000건으로, 국민의 10분의 1 이상이 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도서관, 김성회 지식백과, 슈가월드 등의 영상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이 교수는 "영상은 '논의적 정리'와 감정적 설명'의 경계가 모호하고, 설명에 대한 판단을 '구독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면서 "객관적 거리두기보다는 감정 이입적이고 구독자와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재부족화도 강조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로슬린 레이튼(Roslyn Layton) 박사(미 포브스지 시니어 칼럼니스트·덴마크 올보르대 교수)는 "결국 미국 테크 기업들이 바라는 것은 비용 최소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튼 박사는 "삼성, LG 등 대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 광고를 위해 매년 수백만 혹은 수십억 달러를 구글에 지불한다"면서 "구글은 한국시장에서 많은 돈을 벌고 있으며, 구글의 고객은 최종 이용자가 아니라 바로 한국 기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글의 비용이 더 높아진다면 그 비용을 최종 소비자가 아니라 광고주인 한국 기업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구글이 우리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줄 금액을 줄이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구글이 전쟁을 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레이튼 박사는 "회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최종 소비자들에게 해를 입히는 미국 테크 기업들을 봐왔다"면서 "넷플릭스는 미국과 유럽에서 영상 화질을 낮춰 이용자들이 자국의 행정 기관에 항의하도록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용자들이 '영화를 고화질로 볼 수가 없네. 내가 가입한 인터넷 사업자가 우리 집의 인터넷 품질을 낮췄나?'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레이튼 박사는 "범인은 바로 인터넷 사업자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자신의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거대 테크 기업들"이라며 "구글은 한국 시장에서 매년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고, 망 사용료를 지불하도고 남을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의 콘텐츠는 이미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어 구글이 망 이용대가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