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값’에 팔린 해외광산…자원안보도 '흔들'

광해광업公 해외자산 '줄매각'…구조조정 일환
헐값매각 우려…캐나다 광산 4300만원에 팔기도
재무구조 개선 이어지지 않아…5년간 부채 2조 ↑
자원개발 동력도 상실…예산 10년새 90% 삭감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매각을 추진 중인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 광산. [사진 = 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수백억 원의 손실을 보면서도 해외자산을 잇따라 매각한 건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최우선 순위였기 때문이다. 광해광업공단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왔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출범 직후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광해광업공단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다. TF는 이듬해 3월 광해광업공단이 보유한 모든 해외자산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확정·발표했다.

문제는 해외광산 ‘줄매각’이 광해광업공단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광해광업공단 부채는 2017년 5조4300억원에서 지난해 7조2642억원으로 지난 정부 5년간 2조원 가까이 늘었다. 광해광업공단은 지난해 영업이익(2160억원) 90.4%를 이자비용으로 지출하기도 했다. 정부가 해외 시장에 매각 시그널을 보낸 데다 광해광업공단도 ‘가격’보다 ‘처분’에 방점을 찍으며 가격협상력을 스스로 낮춘 결과다.

원금 회수율이 60%에 불과했던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 광산은 ‘헐값 매각’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해외광산이 현대자동차 그랜저 1대 가격에 팔린 사례도 있다. 광해광업공단이 240만달러(약 35억원)에 사들인 캐나다 셰익스피어 구리 광산 지분은 2017년 3만달러(약 4300만원)에 팔렸다.

국부 유출 우려도 커졌다. 정부가 자원안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할 핵심광산을 오히려 경쟁국에 넘기고 있어서다. 실제 광해광업공단이 지난 5년간 처분한 주요 해외자산은 장내 매각된 셰익스피어 광산을 제외하면 모두 현지 기업에 넘어갔다.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캡스톤이 헐값에 사들인 산토도밍고 광산이 대표적이다. 호주 물라벤 유연탄 광산과 캐나다 로즈몬트 구리 광산도 각각 현지 광산업체인 얀콜과 허드베이가 인수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외자산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처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자원 개발을 ‘적폐’로 낙인찍지 않았다면 자원안보 핵심인 해외광산을 전량 매각하는 결론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란 시각에서다.

해외자원 개발 동력도 사라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사업’ 예산은 2010년 3093억원에서 지난해 349억원으로 약 10년 동안 89% 줄었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참여 중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2013년 535건에서 지난해 401건으로 25% 감소했다.

한편 광해광업공단의 자본잠식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공공기관 2022~2026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광해광업공단 자본잠식은 2025년까지 이어진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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