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러시아 영사관 붉은 페인트 공격 당했다

지난달 30일 새벽(현지시간) 건물 벽면, 계단, 창문 등에
범인 검거 안 돼…"감동적" 우호 반응도

지난달 30일 새벽 붉은색 페인트 스프레이 공격을 당한 미국 뉴욕 소재 러시아 영사관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br /> 사진=AFP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미국 뉴욕 소재 러시아 영사관 건물이 붉은 페인트로 뒤덮였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1시30분쯤(현지시간) 뉴욕경찰은 러시아 영사관으로부터 건물 훼손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영사관 건물 외벽은 물론 계단, 창문 및 바닥에 이르기까지 붉은색 페인트 스프레이로 범벅을 해놓았다.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이며, 현장에서는 범행의 목적이나 이유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뉴욕 이스트 91번가에 위치한 러시아 영사관은 고풍스러운 모습의 석조건물로, 이 지역은 5번가에서 약간 떨어진 맨해튼의 대표적인 부촌이기도 하다. 분명한 범죄임에도 뉴욕 시민들은 이 페인트 공격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받아들이고 있다.

옛 소련에서 태어나 지금은 런던에 사는 마리아 필립스(39)는 "영사관 건물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이것은 분명히 우크라이나인을 죽이고 많은 사람들을 전쟁터로 내몬, 잔인하고 어리석은 행위를 저지른 러시아가 책임을 져야 할 '피'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인 마리나 코발렌코(57)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황급히 이곳을 찾았다. 11년 전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이 앞을 지날 때마다 러시아 국기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싶었지만, 나는 키가 작고 그것은 범죄라는 것을 안다"고 농담을 던진 후 "내게 있어 이 행위는 예술작품이며 만약 범인이 잡힌다면 대신 보석금을 내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 영사관은 사건에 대한 질의서를 미 국무부에 보냈으나, 미 국무부는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 사건이 벌어진 날, 러시아 영사관 문에는 당일 모든 일정이 취소됐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한편 사건이 벌어진 지 불과 몇 시간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우크라이나명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 대한 합병을 선언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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