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연기자
[아시아경제 오수연 기자]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구글, 넷플릭스를 겨냥해 우리 국회가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을 준비 중인 가운데 유럽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공동 성명을 통해 "인터넷 트래픽 대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빅테크 업체들이 망 사용료를 분담해야 한다"고 나서 주목된다. 다음 달 시작될 국회 국정감사에 글로벌 ICT 업계의 시선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도이치텔레콤, 프랑스의 오렌지, 스페인의 텔레포니카를 비롯한 유럽 16개 통신 사업자는 지난 26일(현지 시각) 구글, 넷플릭스 등 빅테크의 망 투자 비용 분담 성명을 발표했다.
16개 유럽 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성명에서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연간 약 500억 유로(약 69조원)를 투자하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어 빅테크의 분담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광섬유 케이블의 경우 상반기에 가격이 거의 2배로 뛰었으며, 에너지 가격도 인상돼 망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주장이다. 이번 성명은 EU 집행위원회가 빅테크 기업이 5G 등 통신 인프라 비용을 일부 부담하도록 하는 '연결 인프라 법안'을 발의하기 전 통신사와 빅테크 양측의 의견을 수렴할 준비를 하는 가운데 나왔다.
CEO들은 "적시에 조처를 해야 한다. 유럽은 소비자 인터넷이 제공하는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고, 메타버스 시대를 위해 신속하게 힘을 키워야 한다"며 "가장 많은 트래픽을 생성하는 기업들이 현재 유럽 네트워크에 부과되는 비용에 대해 공정하게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빅테크의 편을 들던 미국에서도 구글과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들이 망 투자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브랜던 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은 빅테크가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CC에 따르면 카 위원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관계자들과 만나 "빅테크는 고속 네트워크로부터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의 네트워크 트래픽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네트워크 구축, 관리에 빅테크가 공정하게 기여할 수 있도록 국제적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FCC의 이런 입장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는 정반대라 주목된다. USTR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 직전 산업통상자원부에 '망 사용료' 법안과 관련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서한을 전달한 바 있다. 국회에서 추진 중인 법안이 특정 미국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통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을 담았다. USTR은 미국 국제통상교섭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 정부 기관이다.
국내에서도 빅테크를 상대로 망 사용료 부담에 대한 압박이 한층 거세지는 가운데 다음 달 열릴 국정감사에 글로벌 IT 업계의 시선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은 국감 증인으로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과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을 채택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이날 일반증인 및 참고인 명단이 확정되지 않아 의결에 이르지는 못했다. 과방위는 망 사용료 법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한 두 빅테크 임원을 국감에 소환해 관련 질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망 사용료 관련 법안 7건이 발의돼있다. 지난 20일에 정보통신망 이용료 지급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를 열고, 26일에 박완주·김영주 의원이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입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