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신탁의 시대②] 신탁방식 '최초' 완공vs 서울 '1호' 사업장, 엇갈린 희비

조합방식보다 신속·전문성 있지만
모든 신탁방식이 성공적인건 아냐

신탁방식 첫 완공 성광·호계·신라
이점 적극 활용해 40개월만 입주
반면, 서울 1호 용산 한성아파트
갈등·사업부진 끝에 결국 조합방식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합방식보다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신탁방식이라도 다 성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 안양 ‘성광·호계·신라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은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이점을 활용해 최초로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완공으로까지 이끌었다. 반면, 서울에서 1호로 신탁방식을 선택한 용산 한성아파트는 지지부진한 사업 진행 끝에 결국 조합 방식 정비사업으로 선회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 및 조합과 신탁사 간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신탁방식 최초 완공 ‘성광·호계·신라’…신탁사 이점 적극 활용

경기 안양시 성광·호계·신라아파트의 재건축정비사업 이전 모습/사진=코람코자산신탁

경기 안양시 성광·호계·신라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의 사업대행자인 코람코자산신탁은 안양시로부터 2020년 4월 사업 대행 완료 고시를 받았다. 2015년 12월 사업대행자 선정 이후 약 40개월 만에 준공과 입주를 마친 것이다. 코람코자산신탁에 따르면, 해당 단지는 신탁이 사업 대행 완료 고시를 받은 첫 사업지이자 최초로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완공한 단지이기도 하다.

기존 17동, 112가구였던 단지는 ‘평촌 대성유니드’라는 이름으로 새 단장을 하며 지하 2층~지상 26층, 203가구 규모로 거듭났다.

해당 단지는 2007년 8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후로 약 8년간 사업이 지지부진을 겪었다. 조합은 대부분 비전문가가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금융 문제나 인허가 문제, 시공사와의 협상력 등에서 갈피를 찾지 못하며 사업 진행이 멈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안양시 성광·호계·신라아파트의 재건축정비사업 이후 모습/사진=코람코자산신탁

신탁사가 들어가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조합설립인가를 이미 받았기 때문에 조합은 신탁방식 재정비사업에 사업대행자 방식을 선택했다. 정비사업 전문가로 이뤄진 신탁의 경우 사업 인허가를 다시 받거나 수정하는 등의 업무는 물론 시공사를 상대로 한 협상력을 발휘하는 데 조합보다 이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사업비 조정, 착공·철거·이주 등 정비사업 전 과정에 걸친 업무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신탁이 조합보다 신용도가 높다는 것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대주단 입장에서는 정비사업 조합원이 대출하는 경우 판단이 잘 서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단지의 경우도 당시 시공사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시공사를 통한 대출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신탁사가 개입되면서 대출을 해주는 금융사 입장에서도 ‘신탁사가 책임지는 사업장’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금융 지원이 더욱 수월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탁사는 조합보다 높은 신용도를 가지고 있어 대출을 더욱 좋은 조건으로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코람코자산신탁 측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상호 간 신뢰"라고 답했다. 그는 "신탁사와 토지등소유자와의 협력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당시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믿고 맡겨준 덕분에 이주·철거부터 시작해 입주까지 4년이 채 안 걸렸다"고 설명했다.

서울 1호 용산 ‘한성아파트’, 갈등·사업부진 끝에 결국 조합으로

23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 '한성아파트'에는 기존 소규모재건축사업이 아닌 가로주택정비사업 창립총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사진=황서율 기자

서울 1호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장인 용산 한성아파트는 지난 3일 코리아신탁이 시행자였던 소규모 재건축사업에서 조합방식의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조합설립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는 지난해 3월 열린 토지등소유자 전체 회의에서 ‘사업방식 전환’과 ‘사업주체 결정’ 안건을 통해 의결된 것에 대한 연장선이다.

용산구 고급빌라 주거지에 위치한 ‘한성아파트’는 1974년 8월 준공된 단지로, 서울에서 1호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장이다. 2013년 안전진단 평가 결과 D등급을 받은 이후 2015년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가 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 7월 주민총회에서 사업 시행방식을 변경하는 의견이 통과되며 그해 10월 코리아신탁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기대와는 달리 시행자로 신탁사가 지정된 이후 오랜 기간 사업은 진전이 없었다. 길어진 사업부진 상황에는 신탁사와 조합 사이에 불거진 갈등도 한 몫을 했다. 2017년 5월 열린 ‘제3회 토지등소유자 전체 회의’에서 시행자인 코리아신탁은 신탁 수수료를 인상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사업 시행계약 변경안건을 통과했다. 이로써 신탁보수 산정액은 8억원에서 22억원으로, 사업비 한도와 차입이자율도 6억원, 3.5%에서 100억원, 7%로 인상했다.

이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탁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늘고 추가 분담금이 늘 거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시공사를 선정하는 등 다시 사업이 재개되나 했지만, 소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성아파트' 입구에 붙어있는 가로주택 정비사업 이후 예상 조감도/사진=황서율 기자

용산 한성아파트 주민들은 부진한 사업 진행과 더불어 사업성을 고려해 신탁방식 소규모재건축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용산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재건축 부담금도 있고, 수익성 면에서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더 나아 사업방식 변경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성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준비위원회 측은 이번 총회 관련 자료 등을 취합해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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