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권해영기자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최근 저출산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것은 단순한 인구 감소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과 함께 증가한 고령층으로 대한민국은 약 50년 뒤 고령인구가 생산연령인구를 넘어서는 역피라미드형 '인구 대역전'을 마주하게 된다는 게 핵심이다. 역피라미드형 인구 구조는 부양비를 급격히 늘려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을 뿐더러 생산연령인구 급감에 따른 생산 원가 상승으로도 이어져 지금 전 세계가 앓고 있는 고(高) 인플레이션을 더욱 고착화 시킬 수도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역피라미드 인구 구조에 닥칠 재앙인 셈이다.
◆생산연령인구 급감…인플레 고착화=27일 통계청의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율이 2022년 71.0%에서 오는 2070년 46.1%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7.5%에서 46.4%로 급증해 인구 절반이 노인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인구(유소년인구+고령인구) 비율인 총부양비 역시 같은 기간 40.8명에서 116.8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급격한 출산율 하락이 불러온 결과다. 우리나라의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연 1.3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같은 출산율 하락이 빚은 생산연령인구 급감은 국가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저출산·고령화→생산인구 감소→부양비 증가, 소비·투자·고용 감소→저성장 진입, 나랏빚 증가'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일할 사람이 줄어들면 성장률은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복지 수요가 급증하는데 세금 낼 사람이 없다면 국가채무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인구절벽이 전 세계적인 인구 감소와 맞물려 전례없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찰스 굿하트 영국 런던정경대(LSE) 명예교수의 저서 '인구 대역전'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그동안 중국의 편입으로 노동력을 공급받고, 낮은 물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진국의 고령화, 새로 유입되는 중국의 노동자 감소 등 인구 구조 역전이 생산비 증가 및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고 인플레이션을 고착화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연령인구 추이를 살펴보면 주요 20개국(G20)의 경우 과거 30년간 10억명 늘어났지만 향후 30년 동안은 2000만 명 증가에 그친다. 값싼 노동력을 제공했던 중국은 오히려 1억9000만명 감소할 전망이다.
◆성장률 하락, 나랏빚 증가…"韓, 정부 부채 40년 뒤 GDP의 140%"=저출산, 고령화가 경제성장률 하락, 국가채무 증가 등 나라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것이란 연구 결과는 적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3월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추세 국제비교와 정책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합계출산율이 0.25명 줄어들 때마다 경제성장률이 0.9%포인트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1명에서 올해는 0.7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지난해 내놓은 2060년 재정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정책 대응 없이 현 상황이 유지되면 한국의 1인당 잠재 성장률이 2030년 이후 0%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일본의 장기 불황을 일컫는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을 인구 구조 변화 즉 우리보다 앞서 경험한 고령화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생산연령인구는 1995년 87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었다. 그 때부터 주택, 자동차, 외식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소비가 감소하는 소비절벽이 본격화 됐고, 이후에는 대부분 1%대 전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저성장을 이어갔다.
젊은층이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강력한 연금 개혁이나 지출 구조조정 없이는 국가 재정 상태도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다. OECD는 최근 내놓은 '한국경제보고서 2022'에서 정부 부채 비율이 현재 GDP 50% 수준에서 오는 2060년엔 140%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빠른 인구 고령화로 현재 GDP의 12%인 사회지출 규모가 2060년 약 두 배 증가하는 데 따른 것이다. OECD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당면 과제들을 감안하면 한국은 다른 대부분 OECD 국가에 비해 장기적으로 큰 지출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며 "부채 안정화를 위해 2060년까지 GDP의 10%에 해당하는 추가 수입 또는 지출 삭감을 필요로 한다"고 내다봤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생산 측면에선 타격을 받는 업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업종도 있지만, 소비 시장의 경우 훨씬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돈을 버는 사람이 줄어드는 만큼 시장 규모가 작아지고, 특히 내수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성장률은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