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준기자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대법원이 현행 인신구속제도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해자 보호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 스토킹 범죄 가해자를 불구속 수사하는 경우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0일 "현행 제도는 구속과 불구속이라는 일도양단식 결정만 가능해 구체적 사안마다 적절한 결론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구속영장 단계에 조건부 석방 제도를 도입해 일정 조건으로 구속을 대체할 수 있게 함으로써 무죄추정·불구속 수사 원칙과 피해자 보호 사이에 조화를 이루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장 단계의 조건부 석방제는 판사가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보증금 납부나 주거 제한, 제3자 출석보증서, 전자장치 부착, 피해자 접근 금지 등 일정한 조건을 붙여 피의자를 석방하는 제도다.
현재 법원에서는 스토킹처벌법 시행에 맞춰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 조치의 처리 절차 등에 관한 예규’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또 법원행정처에서 구성해 활동 중인 형사사법연구반에서는 ‘스토킹처벌법의 실무상 쟁점’에 관한 연구·검토를 진행하고 있고, 법원행정처에서 스토킹처벌법상 긴급응급조치 사후승인, 잠정조치 절차에 관해 일선 법원 실무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참고자료(스토킹처벌법 Q&A)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스토킹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은 스토킹범죄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스토킹처벌법 개정 관련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불행한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신당역에서 역무원을 살해한 전주환(31·구속)은 작년 10월 피해자의 영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에서 기각됐고 이후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법원을 향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