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들 '고인플레 국면 고착화 막아야…당분간 금리인상 기조'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 공개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가운데 고인플레이션 국면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한은은 13일 오후 홈페이지에 지난달 25일 열린 금통위 의사록을 공개하고, 대내외 불안 요인들이 지속될 경우 물가 지속성이 높아지면서 고인플레이션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금통위원은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위험은 고인플레이션 국면의 고착화"라며 "무엇보다도 경제 전반에 걸친 높은 물가 상승률은 실질소득을 감소시켜 실물자산이 작은 저소득 취약계층의 기초 생활을 위협하게 되며, 실질수익률에 대한 기대 변화를 통해 경제주체들의 소비 및 투자 결정을 왜곡하는 등 적지 않은 경제적 폐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이후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축소해 옴으로써 현재 기준금리는 중립 범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과 고인플레이션 기대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기준금리의 인상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위원도 지속되고 있는 높은 물가와 임금 상승률 관점에서 보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최근 국제유가, 일부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소비자물가와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나 GDP갭이 플러스 수준으로 유지되는 등 수요측 요인에 의한 물가압력은 지속되고 있으며 공급물가에도 상방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수지 관점에서도 미국과의 과도한 금리차가 지속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이다. 그는 "비록 과거 한미간 정책금리가 역전됐을 때 외국인의 국내채권 투자자금이 대체로 순유입을 지속한 바 있고, 최근까지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 자본 유출입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향후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역전기간이 길어지거나 주요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확산할 경우 국내에서도 일부 외국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성장-물가간 상충관계가 확대됐으나 성장갭이 소폭의 플러스를 유지하고 물가갭이 크게 확대된 점에 비춰 당분간 물가 억제에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다른 위원 역시 "지난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기 목표인 2%를 상회한 이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2년이 지난 내년 1분기에도 중기 물가 목표로 내려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2년 넘게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주체들이 적극 물가정보를 수집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경향이 강해지며, 그 결과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플레이션 모멘텀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며 금리인상을 지지했다.

다만 하반기 글로벌 경기둔화와 물가상승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될 전망이라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위원은 "우리 경제의 경우 소득에 대비한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조정이 불가피할 정도로 이미 높은 수준으로 올라 있어서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하면서 고금리 여건과 결합하게 되면 경기 둔화폭이 확대되고 침체기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물가 상승압력에 추가적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더라도 그 속도와 정도를 신중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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