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기자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오덕후’가 일을 냈다. 일본에서 특정 문화에 몰두하는 취미를 가진 이들을 지칭하는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변형해 조롱의 의미를 담아 부르던 ‘오덕후’가 게임사 대표를 소환할 정도로 산업을 움직이는 축이 됐다.
6일 카카오게임즈는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공식 카페를 통해 이용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이 카카오게임즈의 운영에 불만을 품고 지속적으로 카카오게임즈 측에 간담회를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앞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이용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조 대표는 지난 3일 공식 카페를 통해 “이번 사태로 고객 여러분께 깊은 실망감을 안겨 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의견들 하나하나 체크하고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조 대표의 사과를 비롯해 카카오게임즈의 간담회를 이끌어 낸 것은 우마무스메 전체 이용자 중 ‘오덕후’로 불리는 일부 열성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게임사 및 유통사의 한·일 서버 차별 운영 문제와 재화 지급의 불균형, 주요 이벤트 공지의 지연 등을 이유 카카오게임즈에 지속적인 소통을 요구했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앱마켓 평점테러를 시작으로 지난달 29일에는 카카오게임즈 본사가 위치한 성남시 분당구 일대에서 마차 시위를 벌였다. 이후 트럭시위와 함께 환불 소송까지 검토하자 카카오게임즈의 주가 마저 휘청거렸다. 과거 온라인에서 댓글 등을 통해 일부 이용자들끼리 의견을 교환하던 것에 그치던 이들이 거리로 나오며 게임사 대표까지 소환하기에 이르렀다.
오덕후만의 문화로 취급받던 ‘서브컬처’는 하위문화가 아닌 주류 문화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공연, 콘서트, 영화 등 주류 문화가 침체기에 빠진 영향이 크다. 올해 편의점을 뒤흔든 ‘포켓몬빵’이 그 예다.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7000만봉을 돌파하며, 과거 일부 오덕후들의 수집 문화가 전국민에 퍼지는 모습을 보였다. 서브컬처 게임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장담하지 못한 우마무스메가 게임 업계 예측을 깨고 양대 앱마켓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한 것도 대표적이다.
최근 우마무스메 사태에서 이용자들이 가장 원했던 것은 책임 있는 소통이었다. 하지만 소통의 적기를 놓치며 이용자들이 거리로 나오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배경에는 '게임 이용자의 항의가 거세면 얼마나 거셀까'라는 일부 안일함도 자리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오덕후의 입김은 더 세지고, 서브컬처의 주류 문화 편승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우마무스메 사태를 계기로 오덕후와 서브컬처를 대하는 업계의 모습이 달라져야 할 때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