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기자
황서율기자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황서율 기자] "해가 갈수록 더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땀이 많이 나서 하루에 세 번 이상 샤워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어요."
폭염주의보가 내린 27일 오후 3시께 찾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평촌트리지아 건설 현장.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뜨겁게 달궈진 시멘트와 철근, 아스팔트 열기로 잠시만 서 있어도 몸 전체가 후끈해졌다. 해체 작업이 한창인 근로자의 목덜미는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쉼터에서 헬멧을 벗은 한 근로자의 머리칼도 땀으로 샤워를 한 듯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열을 받아 빨갛게 상기된 볼은 이동식 에어컨도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근로자들은 수시로 공사장 한 켠에 설치된 제빙기 속 얼음을 바구니 채 퍼나르며 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여름철 건설현장이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전기작업자 김규태(46)씨는 "날씨가 더우니까 휴식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며 "식염포도당을 아침마다 한 알씩 먹으면서 염분을 채우고, 물을 섭취하면서 온열질환 예방을 계속 하지 않으면 버텨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 신병주(27)씨도 "무거운 것을 들 때나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그늘막이 없어서 가장 힘들다"며 "철근은 데워져서 너무 뜨거운 상태"라고 말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여름철에는 근로시간을 줄이고 쉬는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무더위에 대응 중이다. 특히 그늘막이 없는 꼭대기에서 일해야 하는 콘크리트 타설작업자는 6~8월 동안 인력을 2명 정도 더 늘려 교대로 쉴 수 있도록 했다. 폭염에 대비해 화장실에도 에어컨을 설치했다. 김동각 현장소장은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구조였다면 여름철에는 40분 일하고 20분 쉬는 식으로 휴게시간을 늘렸다"며 "너무 더운 경우에는 조기출근을 하는 등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현장 인력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건설현장은 야외 작업이 많은 특성상 무더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작업능률이 떨어지면 곧 공사기간(공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폭염으로 공정진행이 제한되거나 공기가 크게 밀리는 경우는 잘 없다"면서도 "근로자의 탈진, 일사병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항상 긴장 모드"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2021년 최근 6년 간 여름철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환자는 87명으로, 전체 업종의 48%에 육박해 가장 많았다. 이 중 사망자는 20명이나 된다. 충청남도 천안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소장은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이 제일 문제"라며 "부분 마감작업을 하는 실내 근로자들은 폭염을 피할 수 있지만 실외 작업을 해야 하는 토목 관련 근로자, 외장업체 종사자들은 더위에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한 건설현장 관계자 역시 "용접 등 두꺼운 복장을 입고 뜨거운 철근에 앉아서 작업하는 근로자들의 고충이 크다"며 "골조할 때 거푸집은 소재가 알루미늄인데 철근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화상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각자의 지침을 만들어 무더위 근로자 관리에 대응하고 있다. 일례로 A건설사는 '혹서기 3대 이행수칙'을 만들어 물, 그늘, 휴식 등 3대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지속 점검하고 있다. B건설사는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어가는 경우 시간당 10분 이상 휴식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기온이 가장 높게 오르는 오후 2~5시에는 옥외 작업을 단축하거나 중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 건설사일수록 현장의 무더위 대응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열사병 예방 이행가이드를 만들어 현장에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 의무사항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여전히 폭염기에 실제로 햇빛을 피해 쉬거나 원활하게 화장실도 이용하기 어려운 근로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해가 갈수록 무더위 기간이 길어진데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건설사 부담도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사의 사업지원팀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온열질환 예방관련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늘었다"며 "관련법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로 비용을 편성해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