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훈기자
심나영기자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심나영 기자] 광주에 사는 차도진(41·가명)씨는 대학가에 와플 가게를 열려고 요즘 부동산에 들락날락하고 있지만, 재창업에 필요한 자금이 3000만~4000만원 가량 모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간 운영하던 분식집 문을 지난해 닫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재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한도는 다 차서 저축은행에 가서 상담도 받았지만 금리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차씨는 지역 신용보증재단과 기업은행에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볼 계획이다.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재창업이나 사업전환을 계획하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목하는 것은 자금이다. 폐업 과정에서 운영자금을 소모했을 뿐만 아니라, 가게를 운영하면서 끌어 당겨 썼던 빚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신용보증재단중앙회의 ‘2022년 상반기 보증지원기업의 폐업실태조사’(총 821개 폐업 사업체 전화조사, 4월21일~5월18일 실시)에 따르면 폐업 자영업자들은 재창업을 위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시책으로 ‘재창업자금’(82.2%)을 압도적으로 꼽았다. ‘사업 아이템 등 창업정보 제공’(7.2%) ‘컨설팅 지원’(4.1%) ‘재창업 교육 제공’(3.4%) ‘시장정보 제공 및 창업 절차 간소화’(1.6%) 등은 한 자리 수에 그쳤다.
금리인상기에 저렴한 이자로 대출 받을 수 있는 정책자금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창업을 위한 자금조달 방안을 묻자 ‘대출을 실행했거나 할 계획이 있다’는 비중은 87.1%에 달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보증기관의 신용보증대출’(50.1%)이 가장 높았고, ‘제1금융권 신용대출’(16.6%), ‘정부 정책자금’(13.4%), ‘가족 및 지인차입’(8.3%), ‘제2금융권 대출’(5.9%) 등이 뒤를 이었다.
폐업 자영업자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바라는 점으로 ‘폐업자 대상 자금지원’(48.3%)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외엔 대출 만기 및 유예기간 연장(12.8%), 세금·이자율·인건비·임대료 인하(12.6%), 재기에 필요한 교육 확대 및 홍보(8.7%). 대출 서류 및 자격 요건 완화(3.6%) 등의 의견도 있었다.
정부는 자영업자 재기를 위해 정책자금 1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우선 신보를 통해 폐업 후 재창업하거나 업종·사업전환을 준비 중인 업체에 2200억원 규모의 보증을 공급한다. IBK기업은행을 통해선 폐업경험이 있는 재창업자(폐업 후 5년 내)의 조기정착을 위해 대출금리를 1.2%포인트 감면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1000억원 규모로 공급한다. 장기간 매출·재무악화 또는 채무조정을 겪은 업체 등에 대해선 상환능력에 대한 범위 내에서 신규 자금을 지원(6800억원 규모)한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브릿지 보증도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공급 목표액의 33.1%(1984억원) 수준에 머물렀다"면서 "1조원의 지원 규모는 현 시점에선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브릿지보증이란 신용보증재단으로부터 보증지원을 받은 소상공인이 폐업하더라도 계속해서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자보증을 개인보증으로 전환하고, 보증을 유지해 소상공인이 폐업할 때 일시상환을 해야 하는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재창업·업종전환 등으로 재기에 도전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다시 실패의 수렁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선 금융지원을 넘어 컨설팅 등 종합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기 지원 프로그램은 앞선 정권들도 누차 추진해왔던 정책"이라며 "이들이 거듭 실패할 경우 사실상 재기가 어려워지는 만큼, 금융지원과 함께 선제적으로 재창업 교육, 컨설팅 등의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