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돌처럼 굳었다' 가뭄에 바닥 드러낸 美 최대 호수

세계 최대의 인공 호수인 미드호가 극심한 가뭄에 메마르면서 바닥에 가라앉았던 보트의 모습이 드러났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 기후 현상이 속출하는 가운데 미국 서부 지역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세계 최대의 인공 호수인 미드호의 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의 경계에 있는 이 호수는 미국 남서부 농업 지대의 주요 물 공급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ASA가 지난 3일(현지 시각) 촬영한 이 사진에는 가뭄으로 심각하게 메마른 미드호의 모습이 담겼다. 호수가 메마르면서 바닥에 가라앉았던 보트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돌처럼 굳은 물고기가 갈라진 틈 사이사이에 붙어 있는 모습 등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잇따라 올라왔다.

20여년 전의 미드호 모습과 비교하면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지난 2000년 7월6일 NASA가 찍은 위성 사진에 따르면 미드호의 폭은 훨씬 넓었고, 물빛도 짙은 남색이었다. 물빛이 짙을 수록 수심이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미드호 수위는 1200피트(약 365m)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미드호는 가뭄으로 역사상 최저 수위에 도달했다. NASA에 따르면 현재 수위는 1042피트(약 317m)까지 내려갔다. 이는 미드호에 물을 채우기 시작한 1937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가뭄이 악화하면서 미드호 상류 산악 지대의 적설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폭염 등으로 인한 덥고 건조한 날씨가 물을 고갈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드호 수자원을 관리하는 미국 내무부 산하 개간국(USBR)은 내년 여름이면 미드호의 수위가 지금보다 20피트(약 6m)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미드호의 위성 사진. [사진=earthobservatory 홈페이지 캡처]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서부의 네바다주에선 주택 내 신축 수영장 규모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23일 AP통신에 따르면 네바다주의 클라크 카운티 의회는 개인 주택 내 신축 수영장 최대 면적을 56㎡로 하는 규정을 신설해 최근 투표로 통과시켰다.

이 면적은 승용차 3대 정도 크기다. 이번 규정은 오는 9월1일부터 시행되며, 기존 수영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규정을 어긴 주민에게는 단수 조처할 방침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클라크 카운티의 인구는 240만명으로, 매년 1300여개의 수영장이 새로 지어지고 있다. 현재 개인 주택 내 수영장은 20만개에 달한다. 다만 리조트와 호텔 수영장 등은 이미 면적에 제한을 두고 있어서 이번 규정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짐 깁슨 클라크 카운티 의회 의장은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가뭄이 지속되고 호수가 말라가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번처럼 앞으로도 계속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AP통신에 전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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