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희인턴기자
[아시아경제 이서희 인턴기자] 정부 지원을 받고 창업가로 변신한 청년들이 폐업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매년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쏟으며 ‘청년 CEO' 양성에 공을 들이지만, 이들 중 3분의 1이 사실상 빚을 내며 버티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는 정부가 청년 창업가의 양적 팽창 뿐 아니라, 질적 향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청년 창업가는 코로나19 시국에도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2월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년 창업기업은 전년(128만개)보다 15.5% 증가한 148만 개였다. 특히 30세 미만 창업가 수가 2019년 14만6000명에서 2020년 17만4000명으로 19.1% 증가해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청년창업 기업 수도 계속 늘어 지난해 51만100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본격적으로 청년창업 ‘붐’이 일기 시작한 건 10년 전부터다. 2011년, 정부는 신성장 동력을 키우고 청년 실업률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청년창업 사관학교’를 열었다. 청년창업 사관학교란, 청년 창업가들의 창업 계획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무료로 교육ㆍ지원해주는 사업이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청년 사업가는 올해로 약 4800여명에 달한다. 그밖에 창업 패키지ㆍ청년 특화 창업지원 등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의 예산 규모는 올해 약 3조666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청년 사업가의 현실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을 통해 탄생한 수많은 ‘청년 CEO'가 간신히 이자를 갚으며 버티거나 폐업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경제가 김정재 의원실에 요청해 받은 ‘청년창업사관학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2011년)부터 10기(2020년)까지 배출된 기업 4793곳 가운데 1년간 ‘매출액 0원’인 기업이 1594곳에 달했다. 전체의 약 33%가 사실상 빚을 내며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파산을 하지 않았더라도 실제로는 사업을 중단한 상태거나 간신히 버티고 있는 기업도 다수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창업지원 사업이 양적으로만 지나치게 팽창돼 있을 뿐, 질적 향상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청년정책 가운데 창업 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면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데 반해 청년창업기업 중 3분의 2가 3년을 못 버티고 망한다. 이는 양적으로만 팽창했을 뿐 질적 향상에 대한 고민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김 위원은 지원 대상을 늘리는 일만큼 ‘생태계’를 조성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은 “3~4곳만 지원하더라도 이들 기업이 질적인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의미가 있다”면서 “창업 지원 대상을 현재의 3분의 2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 예산은 청년창업 기업을 인근 상권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등 이들의 사업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희 인턴기자 daw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